
현정은(사진)
현정은 회장, 위기대처 ‘시험대’
“금강산 관광객이 단 한명 있더라도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
2006년 10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으로 금강산 관광 중단 여론이 높아질 때 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은 이 한마디로 여론을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은 2006년 핵실험에 못지 않은 대형 사건이다. 정세에 따른 외적 요인이 아닌데다, 잠재 고객들의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신변 안전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1달 이상 장기화할 경우 현대아산의 경영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고, 현대건설 인수 등 그룹의 다른 현안도 직간접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현 회장의 상황 돌파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03년 8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같은 해 10월 남편의 자리를 이은 현 회장은 재계의 ‘우먼 파워’로 자리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현 회장은 정 회장의 사망 및 자신의 취임 5돌을 맞은 올해 건설, 물류, 금융을 3대 축으로 현대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해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상징처럼 돼 있는 대북 관광사업이 이번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도약보다는 ‘사태 수습과 상황 관리’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현 회장이 현대그룹 일가의 ‘적통’을 상징하는 대북 사업을 쉽게 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8월로 예정됐던 금강산 비로봉 개방을 비롯해, 10월에 평양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개관 5주년 기념식을 갖고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를 치르려고 했던 것 등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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