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사료값 추이
면세유·비료값 1년새 2배…사료값도 34% 폭등
낙농가 “원유값 현실화” 시위…곳곳 한계상황
낙농가 “원유값 현실화” 시위…곳곳 한계상황
기름·비료·사료 등 주요 농어업 생산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농어민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낙농민들은 원유(가공 전 우유)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한 달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한우농가는 사료 값 급등과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따른 소 값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어민들은 기름 값 보조가 없으면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시설농가들도 생산비 급상승에 걱정이 태산이다.
■ 면세유·화학비료 값 1년 새 두 배 ‘껑충’ = 17일 농·수협과 사료협회 자료를 보면, 농업용 면세유(경유) 가격은 지난 1일 1ℓ당 1276원으로 지난해 7월1일(657원)에 견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조업비용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어업용 면세유(고유황 경유)도 지난 1일 200ℓ들이 한 드럼이 22만4560원에 거래돼, 1년 전(10만1940원)보다 곱절 이상 비쌌다.
비료 가격은 더 빨리, 더 많이 올랐다. 지난해 말 평균 8100원대였던 20㎏짜리 화학비료 한 포대가 현재는 1만7500원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농협이 화학비료 공급가격을 지난 1월과 6월에 각각 24%, 63%씩 인상했기 때문이다. 67개 업체 95개 공장에서 생산된 배합사료 1㎏당 평균 공급가격도 지난해 5월 327원에서 올해 5월 437원으로 33.6% 인상됐다. 이는 공장에서 공급하는 가격이고, 실제 농가들의 구입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 낙농가 “원유값 인상 없으면 납품 중단” = 낙농민들은 유가공업체에 원유 납품 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째 농성과 유가공업체 공장 앞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원유 값 인상안을 논의하기 위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지난 16일까지 13차례 열렸지만 모두 결렬됐다. 낙농가 쪽은 25.7%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유가공업체는 17.1% 인상을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육우협회는 18일 열리는 마지막 소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원유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배합사료 값은 40% 이상 올랐는데 원유 납품 단가는 동결됐다”며 “현재 가격으로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축산농가, 어민들도 한숨만 = 양돈 농가의 사정도 막막하다. 특히 양돈업은 생산비 가운데 사료 값 비중이 다른 가축보다 커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양돈 농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광우병 논란의 반사이익 등으로 시중 돼지 값은 상당 폭 올랐지만, 유통 과정의 문제 때문에 양돈 농가의 출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높은 유통 비용으로 돼지고기 값이 올라 소비가 위축되면 오히려 양돈 농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도 치솟은 어업용 면세유 값 때문에 조업을 망설이고 있다. 어민들은 면세유 인상분에 대한 현금 보전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해상 시위에 나서거나 한-일 중간 수역 준수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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