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담보대출 받은 가구 흑자에서 적자로 추락
담보대출에 다른 빚까지…파산 위험에 직면
빚이 없는 집, 저축액이 절반으로 떨어져
담보대출에 다른 빚까지…파산 위험에 직면
빚이 없는 집, 저축액이 절반으로 떨어져
<한겨레>는 고물가-고금리-자산가격 하락이 가계 경제에 끼칠 영향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경제교육업체 ‘에듀머니’를 통해 대표적인 세 가구의 ‘올 12월 예상 가계부’를 작성해봤다. 이들 가구는 에듀머니한테서 재무상담을 받았으며, 통계청 조사에 따른 도시 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지난해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367만5400만원)에 근접하는 사례다.
세 가구는 각각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더해 빚을 진 가구 △부채 없는 가구 등이다. 자산 및 부채는 현재 실태를 반영했으며, 지출은 올 1~2월과 똑같이 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했다. 또 교통비는 20%, 주거관리비는 10%, 금리은 1%포인트 오른다고 봤다. 나머지 물가는 6% 상승한다고 가정했다.
▲ 중소기업 과장인 조광우(가명·41·경기 동탄)씨는 월소득이 375만원에 이른다. 지출은 지난 2월 370만원 수준이었다. 조씨가 월 식비 28만원, 문화생활비 2만원, 외식비 5만원 등 ‘짠돌이’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가계지출에서 겨우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는 건 매달 들이는 142만원의 빚 상환 때문이다. 은행 빚 6천만원에 형제들한테서 6500만원을 더 꿨다. 아파트 값이 4억원 이상으로 뛰어 부동산 투자에는 만족하지만 가족 외식 한번 맘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짠돌이 생활을 해도 올해 말 가계 경제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67만→71만원)와 금융비용(142→143만5천원) 등이 뛰기 때문에 올해초 5만원 흑자에서 올 연말에는 12만원 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 일산에 사는 공무원 손정수(가명·38)씨는 연이은 아파트 투자 실패와 무리한 대출로 빚이 불었다. 은행 대출 1억8600만원으로는 모자라 공무원연금 대출로 9600만원을 더 빚지고 있다. 맞벌이 월 수입 370만원 안팎의 가구임에도 빚 갚느라 가계 경제는 항상 적자다.
올해 1월 손씨의 가계부를 점검해보니 총지출은 460만원 정도였다. 한달에 90만원 적자인 셈이다. 올해 말에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난다. 교육비(51만→54만원), 용돈(84만→89만원), 금융비용(135→136만3천원) 등이 늘어 적자는 11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매달 이런 적자가 쌓이고, 도와줄 친인척도 없다면 이미 신용대출 한도에 이른 손씨한테 ‘파산 위험’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 경기 용인에 사는 중장비 운전기사 박선주(가명·36)씨는 올해 2월 맞벌이로 월소득 367만원을 거두고, 그 중 319만원을 지출했다. 48만원 흑자다. 부모님집에 같이 사는 덕에 마이너스통장 등 일체의 대출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흑자로 남는 돈은 펀드 등에 투자해 올 1월 현재 현재 1043만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
이런 박씨도 고물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주거비(35만→38만5천원), 식비(60만→63만6천원), 7살과 3살짜리 자녀 교육비(35만→37만1천원) 등이 올라 총지출은 339만5천원으로 늘게 된다. 가계의 흑자규모는 27만5천원으로 반토막 나, 결국 그만큼 저축액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가계부로 본 서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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