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WTO 시무총장…‘긴급 수입관세’ 놓고 절충점 못찾아
지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돼 7년을 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29일 최종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정부 관계자는 제네바에서 열린 주요국 통상각료들의 그린룸 회의가 끝난 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이 주요 7개국 회의에서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면서, 협상 결렬 소식을 알렸다.
라미 총장은 오후 7시(한국시각 30일 오전 2시)에 153개 회원국 대표가 참가하는 무역협상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결렬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이날 협상 결렬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앞서 주요국 각료들은 지난 25일 농업과 비농산물 분야의 자유화세부원칙들에 관한 잠정 타협안을 마련하는 등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농업분야의 개도국 긴급수입관세(SSM) 발동 요건 완화를 비롯한 핵심 쟁점에 대해 미국과 인도ㆍ중국의 대립으로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 긴급수입관세란 수입량이 급증하거나 가격이 급락할 때 개도국이 관세를 올려, 자국의 농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영세 농민이 많은 인도는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수입량이 110%만 초과해도 개도국 긴급수입관세가 발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발동요건의 완화를 요구하는 인도, 중국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의 견해가 끝까지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셈이다.
이밖에도 주요 7개국은 △개도국의 분야별 자유화협상 참여 △미국의 면화보조금 삭감 △공산품 분야에서 세계무역기구 최근 가입국 대우를 비롯한 9개 나머지 쟁점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이번 도하개발어젠다 협상 결렬로 인해, 한국으로선 향후 공산품 수출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줄어들게 됐고, 국제 통상 질서도 에프티에이(FTA)와 같은 양자통상 협상 쪽으로 더 무게중심이 옮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연합뉴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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