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현황
3세대 아이폰 매진 행진…브랜드파워 과시
삼성 인스팅트폰·엘지 데어폰도 인지도 추격
삼성 인스팅트폰·엘지 데어폰도 인지도 추격
‘솔드 아웃!’(Sold out!)
7월의 마지막 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가에 있는 미국 이동통신업체 에이티앤티(AT&T) 매장 입구엔 애플의 3세대 아이폰의 포스터와 함께 ‘품절’ 표시가 붙어 있었다. 출시 사흘 만인 지난달 14일까지 전세계 21개국에서 100만대를 팔아치웠다는 아이폰2의 인기는 출시 3주째가 되어도 꺼지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길 하나 건너 미국의 또다른 3대 이통업체들인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매장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버라이즌의 매장 유리를 가득 채운 포스터는 엘지전자의 데어폰이다. 데어폰은 출시 한달 만에 미국에서 40만대가 팔렸다. 스프린트엔 삼성전자의 인스팅트폰 ‘품절’이란 표시가 보였고, 미국 최대 가전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의 ‘소비자 가이드’ 7월호는 인스팅트폰을 ‘이달의 제품’으로 선정해 커버로 다뤘다.
휴대전화 시장 전문조사기관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SA) 집계로, 올 1분기 북미 휴대전화 시장의 점유율은 모토롤라(25.1%)를 삼성(22.1%)과 엘지(21.1%)가 바싹 따라붙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의 박종석 부장은 “북미시장은 각 업체가 수많은 리서치와 마케팅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인 분류(세그먼트)를 하고 각 체급에서 경쟁하는 복싱 링과 같다”고 말했다. 제품 하나의 빅히트로 시장 흐름을 뒤바꾸기가 좀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미국 시장 특성에 비춰봤을 때 지난해 출시돼 600만대가 팔린 아이폰은 ‘걸출한 제품’인 게 사실이다. 16기가짜리 아이폰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수전 매커스는 “애플은 브랜드파워 때문인지 휴대전화라도 일종의 섹시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슷한 기능의 다른 제품은 소비자들이 그냥 휴대전화로밖에 인식하지 않지만 아이폰은 혼자 있을 때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로 부유층이 사는 셔먼옥스 지역의 베스트바이 매장의 판매원도 “통신의 질이나 내구성, 배터리 등 ‘기능’ 면에선 삼성이나 엘지의 제품이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브랜드와 소프트웨어의 차이라는 것이다.
일단 한국 업체들의 브랜드 전략은 북미시장 진출 10년 안팎이 되면서 본궤도에 올라선 분위기다. 진출 역사가 짧은 편인 엘지전자는 이통업체들의 기능이나 유저인터페이스 등 까다로운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신뢰를 쌓았다. 엘지전자 미국통신법인의 이엽 부장은 “2001년 엘지브랜드로 진출하던 당시 브랜드 인지도는 5%였지만 불과 6년 만에 72%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컴퓨터 자판과 같은 쿼티형태의 휴대전화를 대중화시킨 것도 엘지였다.
진출 역사 11년의 삼성전자는 공항마케팅·자선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전략으로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내리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삼성의 ‘차징 스테이션’은 지난해 <뉴스위크>가 뽑은 10대 기발한 마케팅에도 선정됐다. 이런 브랜드 전략의 지속과 함께,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한국 업체들이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되는 휴대전화의 소프트웨어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보였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미국의 3대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 매장에 엘지전자의 ‘데어폰’ 단말기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왼쪽) 오른쪽은 스프린트 매장에 전시된 삼성의 ‘인스팅트폰’ 광고물.
진출 역사 11년의 삼성전자는 공항마케팅·자선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전략으로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내리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무료로 충전할 수 있는 삼성의 ‘차징 스테이션’은 지난해 <뉴스위크>가 뽑은 10대 기발한 마케팅에도 선정됐다. 이런 브랜드 전략의 지속과 함께,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한국 업체들이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되는 휴대전화의 소프트웨어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보였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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