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DRM (디지털저작권보호장치) 해제 음악서비스

이통사들 월5천원에 40곡 다운로드 상품 출시
‘아이팟’ ‘옙’서도 들을 수 있어 시장확대 기대
이통사 전용 파일로만 변환, 휴대전화 불편 여전

최근 이동통신3사가 운영하는 음악서비스 사이트에서 잇따라 디지털저작권보호장치(DRM·디아르엠)를 해제한 음원 상품을 내놓고 있다. 디아르엠이 해제된 음원을 구매해 한번 내려 받으면 피시(PC)나 다양한 제조사의 엠피3 플레이어 등에서 영구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이통사들의 폐쇄적인 디아르엠 정책은 바뀌지 않아, 디아르엠 프리 음원을 사더라도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이를 감상하려면 여전히 적지 않은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프 등은 최근 음악서비스 사이트인 멜론과 도시락에서 디아르엠 프리 정액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엘지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악서비스 사이트 뮤직온도 이달 중순께 디아르엠 프리 정액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통사별로 상품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월 이용료 5천원에 디아르엠 프리 40곡, 9천원에 150곡을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애플의 ‘아이팟’, 삼성전자의 ‘옙’ 등의 엠피3 플레이어에서 각 이통사들이 사용하는 디아르엠을 지원하지 않아, 이통사 계열 음악서비스 사이트에서 음원을 구입해도 해당 기기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함으로써 이통사들로서는 시장 확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통사 관계자는 “제조사 쪽에 비용을 대주면서 우리 쪽의 디아르엠을 지원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소리바다는 신탁권리단체와 협의해 2006년부터 디아르엠 프리 곡을 무제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매달 4000원에 제공해왔다.

그러나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체 등의 반발로 사용료 징수안 승인이 미뤄지다 지난 2월 무제한, 곡 수 제한, 디아르엠 적용 등 서비스 유형에 따라 사용료를 차별화하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이로써 소리바다는 최근 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포기하고, 이통사·대기업 계열 사이트와 비슷한 가격대의 디아르엠 프리 정액 상품을 내놓았다.

이통사들이 디아르엠 프리 상품을 출시하지만, 정작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각 이통사 가입자들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통해 해당 이통사가 제공하는 디아르엠이 적용된 음원만 감상할 수 있다. 디아르엠 프리 음악 파일을 사더라도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들으려면 각 이통사가 제공하는 전용 플레이어로 파일을 변환해야 한다. 이런 이통사들의 폐쇄적 정책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는 “에스케이티가 멜론에서 내려받은 음원을 에스케이티 휴대전화에서만 이용하게 하고, 다른 업체에서 구매한 음원은 직접 사용할 수 없게 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소비자들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적돼 에스케이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은 “에스케이티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있고 폐쇄적 디지털 저작권 관리로 경쟁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소비자의 이익침해 행위는 현저하지 않다며 공정위의 명령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공정위와 에스케이티 분쟁건은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며, 소비자들이 에스케이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박현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