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700원대 눈앞, 8월 물가엔 반영 안돼
서비스·공공요금·환율 ‘3고’ 되레 물가 올릴 듯
서비스·공공요금·환율 ‘3고’ 되레 물가 올릴 듯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물가하락을 체감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통 소비자물가에 한두달 선행하는 생산자물가가 이미 큰폭으로 올라있는데다, 한번 오른 서비스요금 등은 쉽사리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3분기에는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특히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에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얼마나 꺾을 수 있느냐가 앞으로 물가 흐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휘발유값 리터당 1700원대 보인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9월 인도분 값은 지난 한주동안 7% 가량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석유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는 두바이유 현물값도 배럴당 114.16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도 지난주에 전주대비 45.37원 떨어지면서 리터당 1852.01원까지 내려왔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가격이 2주 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2주 뒤 휘발유값은 리터당 평균 1700원대로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해보인다.
■ 8월 물가 하락은 기대 어려워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은 전체 물가안정에 분명 청신호다. 석유류는 소비자물가 가중치가 전체 1000가운데 53.9나 된다. 석유류값이 전월대비 10% 떨어지면 소비자물가는 0.54% 가량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7월 생산자물가가 10년 만의 최고치인 12.5%(전년동월대비)나 오른 것이 시차를 두고 8월 물가를 끌어올릴 것인만큼 8월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9%에 이르렀는데, 8월에 전달보다 0.2%만 올라도 8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6%를 넘게 된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게다가 서비스 요금은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원유가격 하락이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당분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서비스는 석유제품과 함께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이다.
■ 환율, 공공요금이 변수 지난 5월 1036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6월 평균 1029원, 7월 평균 1019원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게 물가에 변수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8일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개입에도 전날보다 11.4원 폭등하면서 1027.9까지 올랐다. 환율은 수입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내 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국제유가보다 더 크다.
공공요금은 심리적 측면에서 물가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엘지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10일 ‘소비둔화로 경기하강 국면 본격 진입’이라는 보고서에서 “유가상승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3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비용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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