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선물 거래량 추이
돈육 선물거래 하루 평균 140건…예상치 10% 불과
가격변동폭 되레 커져…“기본 예탁금 비싸” 지적도
가격변동폭 되레 커져…“기본 예탁금 비싸” 지적도
‘돈육(돼지고기) 선물’이 거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래량이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달 21일 상장된 뒤 이달 20일까지 거래된 돈육 선물의 거래량은 모두 3081계약으로, 하루 평균 140계약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육 선물은 거래 첫날 125계약의 거래량을 보여 시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여겼으나, 거래량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지난달 23일 거래량이 284계약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래 최근까지 내림세다. 애초 거래소 쪽의 예상 일일 거래량은 1400계약이었으나, 실제로는 예상치의 10%에 불과한 140계약이었다.
돈육 선물 거래로 돼지나 돼지고기 가격의 변동폭을 줄이겠다는 목표도 아직까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돈육 선물 가격은 거래가 시작된 지난달 21일 1㎏에 3935원에서 이달 20일 4640원으로 17.9%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역시 1㎏ 당 3891원에서 4661원으로 18.3%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보다 변동폭이 더 컸다. 통상 여름이 지나면서 돼지고기 값이 떨어지지만 사료값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와 칠레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검출에 따른 수입 중단 등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
거래 내용도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 돈육 선물 거래로 돼지고기 값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양돈 농가나 육가공 업체 등의 시장 참여가 많지 않은 형편이다. 적은 거래량 가운데 평균 45%는 초기 유동성 공급에 참여하는 엔에이치(NH)투자선물·삼성선물 등 4개사의 시장 조성용 물량이다. 또 20%는 돈육 관련 펀드를 설정해 시장에 참여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증권사나 연기금, 외국인투자자의 참여는 거의 없다.
돈육 선물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시장 초기이기도 하지만 시장 진입이 제한된 탓이라는 지적이 있다.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다. 김인수 엔에이치투자선물 돈육선물팀장은 “일부 선물거래에서는 기본예탁금이 없는 것에 비해 돈육 선물은 1500만원을 기본 예탁금으로 정해 놓은 상태라 진입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1500만원이 많은 금액이라 예탁금에 관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거래소 쪽은 예탁금이 큰 장애요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종찬 거래소 상품개발3팀장은 “아직 홍보가 부족해 시장의 관심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선물은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현재 수준의 예탁금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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