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에이치엔재팬이 24일 일본 도쿄 료고쿠 스모경기장에서 개최한 ‘한게임 2008 여름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일본인이 ‘아라드 전기’(한국명: 던전 앤 파이터)를 키보드 대신 콘트롤러를 활용해 즐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콘솔 게임의 역사가 깊어 이용자들이 키보드보다 컨트롤러 조작에 익숙하다.(왼쪽) 23일 도쿄 지하철 하라주쿠역 인근에 위치한 엔에이치엔재팬의 게임 체험 공간 ‘한게임 스퀘어 후랏토 후랏토’에서 일본인들이 온라인 게임을 해보고 있다. 엔에이치엔(NHN) 제공
최대 수출시장 일본 작년 5.6% 성장 그쳐
체험장 마련·모바일 연동서비스 등 마케팅
체험장 마련·모바일 연동서비스 등 마케팅
엔에이치엔(NHN)의 일본법인 엔에이치엔재팬은 지난 16일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도쿄 하라주쿠역 인근에 ‘후랏토 후랏토’(가볍게, 부담없이라는 의미)라는 이름의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은 지나가다 누구나 들어가 온라인 게임을 체험해보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330㎡ 정도 되는 공간 곳곳엔 40대의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었는데, 그 앞에는 일본 젊은이들이 서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엔에이치엔재팬 모리카와 아키라 대표는 “하라주쿠의 젊은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다 모른다고 할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을 몰라도 체험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면 즐기는 이들이 생기고, 호기심을 갖는 이들도 등장해 결국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게임업체들이 활로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게임 수출액(7억8100만달러) 중 일본에서 벌어들인 비율은 31.1%로 가장 비중이 크다. 일본의 온라인 게임 가운데 50% 이상을 한국산이 차지한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 장미빛 미래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게임 시장 중 온라인 게임의 비중은 5%에 불과한데다 성장이 정체돼 있는 탓이다. 지난해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5.6% 성장에 그쳤다. 엔에이치엔, 넥슨 등 대형 게임업체들은 일본에서 나름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서비스가 종료된 국산 게임들도 있다. 특히 닌텐도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을 표방하면서, 현지 배급업체들은 닌텐도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산 캐주얼 게임보다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쪽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국 게임업체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엔에이치엔재팬은 올해 초 게임 포털사이트 한게임의 성공을 발판으로 모바일 게임포털 한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피시방 관리업체인 미디어웹과 함께 피시방 마케팅 강화를 위해 미디에이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엔에이치엔재팬의 나카지마 히카루 홍보실장은 “신규 이용자 확보가 관건”이라며 “일본 인터넷 카페에서는 주로 만화를 보고 인터넷을 간단히 이용하는데, 이를 온라인 게임을 하는 곳으로 키우기 위해 한국식 피시방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만화책 출간 등을 검토 중이며, 엔씨소프트는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하는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캐주얼 게임 쪽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유저들에 맞는 게임을 내놓기위해 일본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등 현지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넥슨 해외사업개발팀 이병욱 팀장은 “일본인들은 싸우고 경쟁하는 것보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선호해 이런 점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엔재팬은 최근 3년간 게임 개발력을 강화해왔는데, 현재 일본 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168개 게임 가운데 24개가 자체 개발 게임이다. 24일 일본 한게임 이용자 5천여명을 초청해 도쿄 료고쿠 스모경기장에서 ‘한게임 2008 여름 페스티벌’을 연 것도 고객들과의 소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넥슨재팬도 현지에서 게임을 개발 중이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경영학)는 “현지인들에 맞는 아이템만 나와도 매출이 늘어나므로 고객 요구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며 “온라인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는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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