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리모컨의 무한변신 “간편하게”
모양| ‘내 손안에 쏙’ 조약돌형 등 선봬
기능| TV화면 인쇄서 휴대폰 충전까지
기능| TV화면 인쇄서 휴대폰 충전까지
직접 다가가 손으로 드르륵 돌리던 로터리형식, 게으른 이들은 누워서 발가락을 이용하던 터치방식….
이런 티브이에 익숙한 연령층이라면 요즘 티브이 리모컨은 ‘애물단지’일 게다. 케이블방송, 디지털방송에 이어 아이피티브이까지 등장하는 시대에 리모컨의 버튼 수는 50개 안팎에 달하니, 도대체 무슨 기능인지 익히기도 힘들 정도다. 반대로 제조업체 쪽에서 본다면 티브이 화질기술의 격차가 줄어들며 디자인이나 새로운 기능 없이는 웬만해선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도 쉽지 않다. 최근 티브이 리모컨들이 ‘똑똑하게, 간편하게’를 화두로 변신하고 있는 배경이다.
먼저 ‘간편하게.’ 삼성전자는 최근 최고급 아르마니 티브이를 포함해 새로 출시한 보르도 850, 950 시리즈에 잇달아 보조 리모컨을 내놓았다. 전원·볼륨·채널 조정키만을 폭 5㎝, 길이 8㎝, 높이 2㎝의 조약돌 모양에 넣어 손 안에 쏙 들어오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능을 담은 리모컨과 함께 간편 리모컨이 또 하나 흐름이 될 텐데, 앞으론 신용카드 같은 리모컨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방송 업계도 리모컨 버튼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자사의 디지털케이블티브이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리모컨 개발을 위해 2년간 16억원의 연구비를 들였다. 복잡한 메뉴 버튼을 상하좌우키로 통합해 화면과 리모컨을 번갈아 보지 않아도 조작이 가능해졌다.
더 나아가 게임기에서 일부 쓰이는 무선주파수(RF) 방식의 리모컨도 연구되고 있다. 오픈아이피티브이는 최근 미국 마이크로인피니티와 양해각서를 맺고 ‘모션 인식 리모컨’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 리모컨들이 적외선 방식인데 비해, 사람의 동작에 따라 반응하는 방식이다. 오픈아이피티브이의 노형주 팀장은 “가격이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나 일단은 일반형과 프리미엄형을 나눌 계획”이라며 “그래도 나이가 많은 층이나 어린이들의 수요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똑똑해지는 리모컨은 다른 기능을 합쳐놓은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보르도 950의 리모컨엔 블루투스 칩셋을 넣어 티브이 화면을 캡처해 인쇄가 가능하다. 휴대전화 충전단자, 무선헤드셋 단자도 탑재돼 있다. 인터넷전화기와 리모컨을 호환해서 쓰는 것도 기술적으론 가능하기 때문에 검토를 진행 중인 업체도 있다.
제품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지금은 당연시되지만, 리모컨을 들 때 오른손 엄지가 닿는 곳에 있는 채널의 올림/내림 버튼 위치만 해도, 엘지전자가 100여명의 고객시험단을 6개월 동안 테스트해 찾아낸 결과였다. 리모컨에 손만 대면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는 삼성전자 아르마니 티브이나, 별도로 ‘Light’ 버튼을 탑재한 소니의 브라비아 티브이 리모컨처럼 고급스런 느낌의 조명을 사용하는 제품들도 늘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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