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국 증시 등락률
한국증시 계속 내리막, 왜?
환율 억지로 올리고 내려 시장신뢰 깨져
외국인 주식 팔자 불안한 개인 투매 나서
환율 억지로 올리고 내려 시장신뢰 깨져
외국인 주식 팔자 불안한 개인 투매 나서
2일 코스피지수가 1400 문턱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코스닥지수는 4.80% 폭락하며 410선까지 무너져내렸다. 한국 증시는 7월 중순 이후로 연일 내려가고만 있다. 같은 기간 세계 증시가 반등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대부분 주요국 증시는 7월15~30일 사이에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 선진국 증시가 대표적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7월15일 저점을 찍은 뒤 8월 말까지 5.30% 올랐고, 영국 지수도 7월16일 저점 이후 8월 말까지 8.63% 상승했다. 독일·프랑스·일본 등도 같은 기간 각각 5.00%, 9.94%, 0.62%의 상승률을 보였다. 선진국 증시만 오른 게 아니다. 인도 지수는 7월16일 저점 이후 8월 말까지 13.83%나 올랐고, 베트남 지수는 7월25일 저점을 찍은 뒤 8월 말까지 25.53% 급반등했다.
같은 기간 증시가 하락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코스피지수는 7월15일 이후 8월 말까지 6.29%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7월8일 이후 18.95%나 급락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13.40%(7월17일 대비), 11.97%(7월29일 대비)의 높은 하락률을 보였지만, 사정은 좀 다르다. 중국의 경우는 올림픽 이후 이른바 ‘밸리 효과’(골짜기 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다면, 러시아는 최근 국제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홍콩·싱가포르는 중국의 영향, 브라질은 원자재값 급락으로 하락했다. 유독 우리나라만 눈에 띄는 별다른 이유 없이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증시의 ‘나홀로 급락’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심리’다. 이는 특히 최근 급속도로 시장에서 이탈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에서 보여진다.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월 중순 이후로 급속히 순매도 규모를 늘려왔고, 8월29일부터 3거래일 간 순매도액이 1조원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이 더욱 폭락세를 보이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투매 때문이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특별한 요인이 아닌 심리적으로 안좋아진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투자심리를 극도로 악화시킨 주범은 정부의 환율 정책이 꼽힌다. 상반기 환율 안정기에는 의도적으로 환율을 높였다가 물가가 오르자 다시 억지로 환율을 내리는,‘거친 시장개입’이 시장의 신뢰를 해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가 더욱 가속화됐고, 여기에 개인들까지 투매에 나서며 폭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외환당국이 시장 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환율 시장이 왜곡되자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강화하면서 환율은 다시 올라가고, 환율이 올라가니 다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을 상승시키는 주요한 요인이었으나, 최근 들어 환율이 오르면 증시가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투자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극단적인 불신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환율시장 개입은 물론이고, 대운하 건설, 공기업 민영화, 사교육시장 확대 등에서 갈짓자 행보를 보여온 정부에 대한 성토가 빗발친다. 개인투자자 박아무개(38·회사원)씨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가 3000’을 얘기할 때 그대로 믿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주식시장을 망쳐놓을지는 몰랐다”며 “공기업 민영화 공약을 믿고 관련 기업에 투자했지만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투자 포털인 팍스넷 게시판에도 정부 비판이 넘쳐난다. 아이디 ‘뮈스터원’은 “‘9월 위기설’의 근원은 무능력한 정부”라고 꼬집었다.
김진철 이정연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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