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신도시” 대통령 “재개발 · 재건축” 엇박자
중단한다는 대운하도 국토부 장관 “다시 할 수도”
성장→물가안정→건설경기 초점 옮기며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경제정책에 시장이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정부 안에서 서로 상반되는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시기와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정책이 튀어나온다. 물가 불안으로 금리가 치솟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란 정책목표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는데도 환율이 연일 폭등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말에 시장이 신뢰를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초 성장에 초점을 뒀던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자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서민생활 안정)에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서는 여전히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관련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은 8·21 부동산 대책에 담긴 재개발·재건축 간소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은 청와대가 ‘건설경기 활성화’에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시장 정책은 그 영향이 건설경기나 일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영향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8·21 대책에서 ‘새도시 확대’라는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낸 것은, 도심 개발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경우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부처의 이런 인식과 상반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폐기된 것처럼 보였던 대운하 건설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일 경인운하 건설 민간사업자를 내년 상반기에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3일 한 조찬모임에서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운하 사업은 중단된 상태”라면서도 “요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이 발표한 ‘녹색성장론’도 청와대와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보인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9일 발표한 정부부처의 내년 예산 요구안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관련 예산은 고작 1344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녹색성장’을 청와대가 8·15 경축사를 준비하면서 갑작스레 끼워넣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6~7월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달러를 팔아치우며 환율 안정 의지를 내비쳤다. 대외지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에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 뒤 흘러나오는 경기 부양형 정책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이런 부양형 정책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7% 성장 등 정부가 내세운 ‘비전’이 공감을 얻지 못하자 잠시 서민생활 안정 쪽에 힘을 쏟는 듯했지만,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드러나자 익숙한 ‘건설’ 사업에 다시 매달리는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 흐름은 아직도 뚜렷하지 않다. 얼마든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정부의 신호를 따르지 않는 이유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중단한다는 대운하도 국토부 장관 “다시 할 수도”
성장→물가안정→건설경기 초점 옮기며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경제정책에 시장이 현기증을 느끼고 있다. 정부 안에서 서로 상반되는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시기와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정책이 튀어나온다. 물가 불안으로 금리가 치솟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란 정책목표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는데도 환율이 연일 폭등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말에 시장이 신뢰를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초 성장에 초점을 뒀던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자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서민생활 안정)에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서는 여전히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관련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은 8·21 부동산 대책에 담긴 재개발·재건축 간소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은 청와대가 ‘건설경기 활성화’에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시장 정책은 그 영향이 건설경기나 일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영향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8·21 대책에서 ‘새도시 확대’라는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낸 것은, 도심 개발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경우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부처의 이런 인식과 상반되는 것이다. 정부는 또 폐기된 것처럼 보였던 대운하 건설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일 경인운하 건설 민간사업자를 내년 상반기에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3일 한 조찬모임에서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운하 사업은 중단된 상태”라면서도 “요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광복절에 대통령이 발표한 ‘녹색성장론’도 청와대와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보인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9일 발표한 정부부처의 내년 예산 요구안을 보면,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관련 예산은 고작 1344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녹색성장’을 청와대가 8·15 경축사를 준비하면서 갑작스레 끼워넣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6~7월 외환시장에 공격적으로 달러를 팔아치우며 환율 안정 의지를 내비쳤다. 대외지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에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 뒤 흘러나오는 경기 부양형 정책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정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에 이런 부양형 정책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7% 성장 등 정부가 내세운 ‘비전’이 공감을 얻지 못하자 잠시 서민생활 안정 쪽에 힘을 쏟는 듯했지만,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드러나자 익숙한 ‘건설’ 사업에 다시 매달리는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 흐름은 아직도 뚜렷하지 않다. 얼마든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정부의 신호를 따르지 않는 이유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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