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발언을 극도로 삼가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위기란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위기설’ 진화에 나서 ‘증시 안정’을 강조하면서부터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4일 긴급 조찬모임을 연 뒤, 오후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기자실에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방문해 기자들과 시황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영익, 한화증권의 전병서,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 증권가에선 내로라하는 ‘스타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주가 폭락의 요인을 주로 세계 경기 둔화 등 대외여건에서 찾았다. 그리고 경제 전체나 기업의 기초여건이 탄탄해 올해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증시 안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그룹도 이날 박현주 회장과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열어 “금융위기설은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앞서 지난 3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장단도 긴급히 모여 증시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사장단 역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주로 세계 경기 둔화, 미국발 신용위기 등으로 인한 선진국 및 신흥시장 주가의 큰 폭 하락에 기인한 것”이라며 “머잖아 주식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을 거론하자마자 이뤄진 증권사들의 발빠른 행보에, 증권가의 많은 이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증권사 임원들을 움직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영업점의 대리급 사원은 “다른 나라 증시보다 우리나라가 더 많이 빠진 건 금융위기설보다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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