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과 코스피지수의 등락률
달러 환산한 주가 하락률 더 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이 실제 지수 하락률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중순께 다소 주춤하다 다시 쏟아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량 순매도 또한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 방어 차원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말 고점 대비로 이달초까지 30.90% 하락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45.61%로 하락률이 더욱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에 환손실까지 함께 입고 있는 셈이 된다.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 손실에 대비해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환 헤지를 하나 통상 모든 손실에 대한 헤지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달러화 환산 손실이 더욱 크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31일 55만원에서 이달 3일 52만7천원으로 4.18%밖에 안 떨어졌지만, 각 시점의 환율로 환산한 달러 기준으로는 하락률이 무려 24.58%에 이른다. 포스코도 원화 기준 하락률은 26.90%지만, 달러로는 42.46%여서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와 엘지전자는 원화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각각 0.14%, 2.13% 상승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21.19%, -19.61%로 하락했다. 환율 수혜주로 꼽히는 케이티앤지도 원화 기준 수익률은 29.83%에 이르지만, 달러로는 2.18%로 수익 대부분이 증발해 버린다. 이밖에 원화 하락률과 달러 기준 하락률의 차이는 △한국전력 17.21%포인트 △신한지주 16.88%포인트 △국민은행 15.61%포인트 △현대중공업 9.86%포인트 △에스케이텔레콤 21.19%포인트 등이다.
문제는 지난 3월 이후 세계적인 달러 약세 국면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환율 상승이 바람직하다”며 환율 상승을 부추킨 탓에, 시장 흐름과 무관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 침체와 미국 신용 위기로 인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뤄진 측면이 있으나, 정부의 무리한 환율 시장 개입으로 손실을 입은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에서 한국 주식 팔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안 그래도 유동성이 필요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는데, 정부의 환율 정책을 비롯한 정책 리스크가 순매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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