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 추이
WSJ “약달러 시대 마감”…유로 대비 가치 1년만에 최고치
지난달 초 반등을 시작해 강세를 이어가는 달러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이후 한층 더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01년 11월 이후 7년동안의 약달러 시대를 접고, 달러가 장기적인 상승랠리에 올라탔다는 분석에 더욱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따라서 최근 원-달러 변동성도 이런 큰 틀의 달러 움직임 속에서 좀 더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연방정부가 거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2천억달러(약 200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발표한 이후, 8일 처음 열린 미 금융시장에서 유로 대비 달러가치는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방정부가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안게 됐지만, 환율시장은 “최악의 상황은 피한” 미 정부의 금융불안 해소책으로 생성될 달러화의 이점을 더 주목했다.
미국 경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달러 강세 현상은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기준금리 2%대의 저금리, 실업률 6.1%, 부동산 가격 폭락, 금융시장 불안 지속 등 호재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통화간 상대적 교환비율 속에서 결정되는 달러가치를 미국 외 주요 경제와 비교해 보면 쉽게 설명된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가 뜻밖에 3.3%(전년 동기 대비)의 성장을 한 반면, 일본은 2.4%(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유로존(유럽연합)’의 1분기 대비 2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2%, 5월 경상수지는 73억유로 적자로 미국보다 상황이 훨씬 나빴다.
이렇듯 세계경제 동반 침체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다각도로 촉진시키고 있다. 약달러 대신 투자 안전판으로 선호했던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철수하는 자본도 다시 달러로 밀려들고 있다. 8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1.06% 하락한 배럴당 105.21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달러가 어느 수준까지 오르고, 달러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금이 장기적인 달러강세 국면의 시작이란 점을 전제한다면,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한 대로 최근 달러가 6년 안팎 주기로 강·약 변동을 겪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오를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그 변동성이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탈)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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