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포드·크라이슬러, 판매 급감 재정압박 심해
생존 위기에 내몰린 미국의 자동차 ‘빅3’가 결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고유가로 인한 차량판매 감소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영상황에 내몰린 지엠(제너럴모터스)·포드·크라이슬러는 최근 미 연방정부로부터 500억달러(약 50조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미 의회와 정부가 지원을 결정한다면,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대통령 때 미 연방정부가 크라이슬러에 15억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자동차 업계에 대한 정부의 두번째 ‘구제금융’으로 기록될 수 있다.
자동차 3사는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개발을 위한 지원 요청일뿐 “구제금융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업계로 하여금 갤론(3.8ℓ)당 56km까지 주행할 수 있도록 연비를 끌어올린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자동차 업계에 기술개발 명목으로 2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카와 연료효율성을 높인 자동차를 개발하려면 1천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올 들어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만큼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자동차 3사는 극심한 재정압박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경제 전문 <시엔엔머니닷컴>은 “현재 지엠의 회사채 금리는 17~27%, 포드의 회사채는 15%에 거래된다”고 전했다. 기업의 신용이 완전 바닥인 셈이다. 지엠과 포드는 2분기에만 24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기업의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것으로 200%이상이 바람직)은 포드와 지엠이 각각 약 100%, 50%로, 부채가 “과도한 상태”다.
결국 정상적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진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엄격해진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맞출 수 없다면서 정부에 금융지원 요청을 했다. 연방정부가 한 자릿수의 저금리로 공적자금을 융자해준다면 자동차업계는 수억달러의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금융특혜 요구는 늦어도 다음달 초 안으로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처럼 ‘대마불사’ 논리가 이들 업체에도 똑같이 적용될 여지가 크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자동차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자리와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3사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일자리 40만개, 국내총생산(GDP)의 5% 비중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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