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개발자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리니지 10년, 개발자 송재경 XL게임즈 대표
작년 단일 게임으론 첫 누적매출 1조 돌파
와우에 뺏긴 1위 탈환위해 ‘자기혁신’ 필요
작년 단일 게임으론 첫 누적매출 1조 돌파
와우에 뺏긴 1위 탈환위해 ‘자기혁신’ 필요
“나부터 시작해 업계의 자기 혁신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전 한국 온라인 게임 대중화의 신호탄을 쏟아올린 리니지의 개발자인 송재경(사진) 엑스엘(XL)게임즈 대표는 11일 최근 게임업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니지 유료화 10년을 맞아 <한겨레>는 송 대표를 만나 요즘 게임업계에 대한 평가와 리니지 성공 신화와 얽힌 얘기들을 들어봤다. 송 대표는 1994년 최초의 머드 게임 ‘쥬라기공원’, 1996년 그래픽 기반의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등을 개발해 대표적인 1세대 게임 개발자로 꼽힌다.
리니지는 온라인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난해 말 단일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리니지는 한국산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게임 시장에는 리니지1·2의 성공을 뛰어넘을 만한 한국산 다중접속역할게임이 등장하지 못했고,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송 대표는 “한국이 다중접속역할게임 분야에서 앞서가는 면이 있었지만 잠깐 주춤하는 사이에 외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가 이들처럼 막대한 자본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획, 기술을 연구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90년대 후반 아이티(IT) 강국이란 말을 들으면서 너무 안주했던 것 같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벤처 창업 등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데, 나는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본 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송 대표를 비롯한 개발팀도 초기에는 리니지의 성공을 예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엔씨소프트도 어려워져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상용화를 했어요. 상용화 전이었던 그해 7월의 동시 접속자 수는 300명에 불과했고, 팀 내에서 상용화 반대 목소리도 있었죠.”
다행히도 피시방 창업 열풍과 스타크래프트 바람이 불면서 리니지가 파고들 틈이 생겼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게임 포스터를 제작해 처음으로 피시방 영업에 뛰어들었다. 게이머들이 밤을 새우면서 컵라면 등 부가상품을 소비해주자 피시방 업주들은 리니지를 대환영했다.
송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온라인에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300명이 접속하니까 서버가 죽었고 이를 극복하고 난 뒤 1천여명이 모이니 서버가 또 다운됐죠. 다른 회사는 이 대응이 늦어서 (성장이)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리니지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는 지적에 대해, 송 대표는 “과거엔 이런 말을 들으면 엠엠오아르피지는 사회의 축약판이라고 답했다”며 “그러나 요즘엔 이상적 사회 모델을 게임에 넣어 현실을 달라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2003년 엔씨소프트를 나온 송 대표는 엑스엘게임즈를 세우고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내놓았지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는 지금도 새 다중접속역할게임을 개발하는 중이다. “바람의 나라를 만들던 시절에도 ‘현재 상황에서 그런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환경에 굴하지 말고, 자신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신념을 갖고 일을 했으면 합니다.”후배 개발자들에게 던지는 송 대표의 조언이다. 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리니지 약사
2003년 엔씨소프트를 나온 송 대표는 엑스엘게임즈를 세우고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내놓았지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는 지금도 새 다중접속역할게임을 개발하는 중이다. “바람의 나라를 만들던 시절에도 ‘현재 상황에서 그런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환경에 굴하지 말고, 자신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신념을 갖고 일을 했으면 합니다.”후배 개발자들에게 던지는 송 대표의 조언이다. 글·사진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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