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위기로 소비둔화 가속…아시아시장 위축 더 문제
미국발 금융위기는 일정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정부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11월 중·하순부터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미국 금융회사들이 합병·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2~3개월 뒤부터 실직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소비 감소로) 크리스마스 특수를 염두에 둔 수출이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이날 “미국 금융산업의 위축은 실물경기를 압박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2만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리먼브러더스나 메릴린치의 고용문제는 물론, 앞으로 금융산업에서 감원규모가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구매력 약화로 우리나라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컴퓨터, 가전제품 등은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전문가들이 촉각을 더 곤두세우는 부분은 미국 경기 둔화가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2차 파급효과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은 10.7%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이에 비해 올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아시아권 수출 비중은 22.8%로 대미 수출의 두배가 넘는다. 대중국 수출 22.7%를 포함하면 45.5%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미국의 경기 침체 영향이 아시아권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 송영관 팀장도 “인도네시아, 타이,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이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인민은행이 15일 금리를 인하하는 등 그동안 긴축 기조에서 다소 물러설 조짐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중국도 미국 의존도가 적지 않아, 얼마만큼 버텨줄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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