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월가…“다음 차례는 누구냐”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15일 파산 신청을 낸 뒤, 한 시민이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본사 건물 앞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라고 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뉴욕/AP 연합
유럽 이틀째 급락…다우지수는 ‘금리인하설’ 따라 요동
미 연준 500억 달러-유럽중앙은행 700억유로 긴급투입
미 연준 500억 달러-유럽중앙은행 700억유로 긴급투입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 매각에 이어 세계 최대 보험사 에이아이지(AIG)까지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함께 추락했다.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가 15일(현지시각) 504.48(4.42%)이나 떨어지며 시작된 ‘월스트리트발’ 충격은 16일 열린 세계 증시에도 ‘후폭풍’을 몰아왔다. 중국 당국이 전날 6년 만에 대출금리와 지급 준비율을 인하하며 방어선을 쳤음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4.47% 하락한 1986.64를 기록하며, 결국 2000선이 무너졌다.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도 605.04(4.95%)나 급락해, 2005년 8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에 이어 열린 유럽 증시도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가, 영국 에프티에스이(FTSE)100지수가 장중 한 때 5천선이 무너지는 등 2.32% 하락했다. 또 러시아에선 아르티에스(RTS) 지수가 11% 이상 빠지는 등 증시가 폭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날에 이어 1.6% 추가 하락한 1만744.82로 장을 시작해, 장중 큰 폭으로 출렁이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시장이 퍼지며 금리 선물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다우지수는 낮 12시 현재 1만952로 강보합세를 보였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나 감소한 8억4500만달러(주당 1.81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런 실적 악화는 기업공개를 한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이지만, 월가의 전망치(주당 1.71달러)보다는 약간 높게 나타났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에이아이지는 개장 초 주가가 75%나 폭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긴급 구제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란 <시엔비시>(CNBC)의 보도가 나오면서 에이아이지의 주가는 장중 한때 하락폭이 한자릿수로 좁혀지기도 했으나 다시 낙폭을 키워 낮 12시 현재 40% 넘게 떨어진 채 거래됐다.
에이아이지는 앞서 14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달러의 ‘브리지론’(단기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급속히 도산 위기로 몰리고 있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가 15일 에이아이지 자회사의 자산 200억달러를 활용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3대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은 일제히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에이아이지 주가는 60.79%나 폭락했다.
한편, 연준은 금융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16일 500억달러의 유동성을 단기 자금 시장에 추가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럽중앙은행(ECB)이 700억유로(114조원)를 추가로 투입한 것을 비롯해 일본과 영국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자국 금융시장에 유동성 자금을 일제히 공급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