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뒤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51원 오른 1160원에 마감한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이마에 손을 얹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환율 폭등 1160원…코스피 1400선 무너져
국민연금, 리먼·AIG 등에 4800만 달러 손실
국민연금, 리먼·AIG 등에 4800만 달러 손실
미국 금융시장을 흔들어놓은 ‘검은 월요일’의 해일이 우리나라를 그대로 덮쳐, 16일 서울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6% 넘게 폭락하며 순식간에 1400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5% 가까이 급등해 1160원대로 치솟았다.
환율 급등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주가 급락은 가뜩이나 움추러든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서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 매도는 쉽게 멈추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에 뒤따를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경기 후퇴도 수출이 주력인 우리 경제에 큰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말보다 50.9원(4. 59%) 오른 11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6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04년 8월13일(1162.3원) 이후 4년1개월 만이다.
환율 급등은 환위험 헤지를 위해 파생상품 거래를 한 중소기업들에 갈수록 큰 짐이 되고 있다. 중견기업인 태산엘시디는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이날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법원에 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천억원어치 넘게 주식을 순매도하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지난주말보다 90.17 내린 1387.7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5일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업종 구분 없이 투매가 일어나면서 코스닥지수가 37.62(8.06%)나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두루 주가 급락으로 사이드카(일시 거래정지조처)가 걸리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 등에 대한 투자 손실도 하나씩 확인되고 있다.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이 리먼브러더스에 1970만달러, 에이아이지에 4190만달러, 메릴린치에 1050만달러 등 모두 7220만달러(약 838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15일 현재 평가손이 4790만달러로 손실률이 66.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과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에 예금 취급과 채무변제 행위 등을 금지하는 일부 영업정지 조처를 내렸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에이아이지 처리 방향과 미국의 금리 결정,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이번주에 금융불안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에이아이지가 파산하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겠지만 자금 지원과 자구책을 통해 가닥이 잡히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구 김진철 기자 jeje@hani.co.kr
9월 16일 금융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