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정부 ‘금융위기’ 낙관론만…‘시장불신’ 자초

등록 2008-09-19 21:09수정 2008-09-19 23:19

미국발 금융위기 관련 정부 및 금융당국자 발언 [확대가능]
대통령 “우리경제에 플러스”…금융위원장 “곧 안정”
당국자 말도 엇갈려…이성태총재 “실물쪽 위기 시작”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이 낙관론에 치우친 발언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그나마 당국자들의 말도 서로 달라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지금까지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진원지는 청와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18일), “불확실성이 드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19일)고 말하는 등 연일 낙관론을 이끌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빠른 시일 내 안정”),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시장 불확실성 제거돼 긍정적”), 김용환 금융위 상임위원(“우리 시장 영향 미미할 것”),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마무리 단계”) 등도 힘을 보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금융불안을 우려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 “시장에 혼란을 준다”며 경고해, ‘다른 목소리’를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 총재는 17일에도 “(위기가) 실물 쪽은 시작이다. 어려운 시기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당국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신중론’을 펴고 있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부딪치는 가운데, 정작 경제 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7~18일 “앞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는 등 현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 ‘경제 구심점’ 노릇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 일색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가뜩이나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시장의 급변동을 막으려는 고육책인 측면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속으론 걱정이 많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말’은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올라 1450선을 회복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 모니터에 지난 한 주간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한 주가 추이가 ‘W’ 모양으로 표시돼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코스피지수가 크게 올라 1450선을 회복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 모니터에 지난 한 주간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한 주가 추이가 ‘W’ 모양으로 표시돼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그러나 정부의 낙관론 일색은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이는 미국 시장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을 뿐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은 시장에서 아무런 반향도 못 일으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입장에선 정부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을 끌고 가는 기술이 떨어져 당국자들의 발언이 별 영향을 못 미친다”고 말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도 “위기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는 말만 해 도무지 믿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리먼 사태 이후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시도 및 한국투자공사의 리먼브러더스 투자 손실 등이 부각되면서 금융당국의 예측능력에 대한 신뢰는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리먼 사태 원인으로 투자은행 문제점 노출,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 실패, 금융당국 감독기능 부재 등이 지적돼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일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산업은행 민영화 및 투자은행화 △파생상품 규제 완화 △금산분리 완화 △헤지펀드 활성화 등 ‘미국 쫓아가기’ 방식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아 보완책 미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규제가 금융상품 발전을 못 따를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미국발 금융위기가 증명했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규제 완화만 이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강만수 장관이 지난 10년간 급변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라며 “시장이 강 장관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