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맨 왼쪽) 등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종부세 관련 당정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과표 적용률 후퇴에 상한선 낮춰 ‘이중감세’
10억집 세금 4분의1로…“폐지 수순밟기”비판
10억집 세금 4분의1로…“폐지 수순밟기”비판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의한 주택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그야말로 ‘강남 집부자’(강부자)를 배려한 정책이다. 2007년 기준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자의 56.4%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몰려 있고, 분당을 포함하면 65.5%에 이른다. 종부세 개편은 사실상 이들 지역에 사는 집부자들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올해 들어 종부세 과세 대상을 줄이고 기준을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잇달아 낸 한나라당 의원들은 숙원을 풀게 됐다.
당정이 합의한 대로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기존 종부세 과세 대상자 가운데 58.8%가 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집을 소유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이들도 과세표준 금액이 줄어들면서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현행 기준으로는 6억원을 초과하는 4억원에 대해 26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법이 바뀌면 9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에 대해 55만원의 종부세만 낸다.
게다가 정부가 9월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올해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90%에서 지난해 수준인 80%로 되돌리고, 세 부담 증가 상한선을 300%에서 150%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강부자’들에게 이중의 감세혜택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23일 종부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인데, 과세 대상 기준이 바뀜에 따라 과표 구간과 구간별 적용 세율도 일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은퇴 고령자 감면 등을 덧붙이면 종부세는 그야말로 빈 껍데기만 남는다. 이 때문에 이번 종부세 완화는 완화가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폐지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2007년 과세 자료를 보면,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모두 37만9천명이다. 이 가운데 주택 공시가격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인 경우는 22만3천명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종부세 대상자는 41.2%인 17만6천명만 남게 된다. 참여정부는 종부세 제도 도입 당시 ‘6억원 이상’ 주택에 종부세를 매길 계획이었으나, 여야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시행 첫해인 2005년에는 ‘9억원 이상’으로 결정했다. 그러다가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1년 만에 ‘6억원 이상’으로 과세대상을 조정한 바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날 합의는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종부세를 매길 때 세대별로 보유주택 공시가격을 합산하던 것을 개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은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합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의하고 있으니 결정을 기다려 보자는 것이지, 개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통상학과)는 “지난 ‘9·1 세제 개편안’에서 종부세 과표를 동결해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에 제동을 건 상태에서 과세 대상까지 축소하는 것은 종부세를 단계적으로 무력화한 뒤 폐지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정남구 최종훈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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