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등 주문도 ‘뚝’…키코사태 더해 채산성 악화 우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올해 초부터 미국과 러시아 등 수출 상대국의 대금 입금이 늦어지거나 주문 물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코 사태’에 더해 이처럼 수출 감소까지 잇따르면서, 중소 수출 업체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에 공장을 두고 제너럴모터스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ㄱ기업은 올해부터 소재비 인상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애초 소재비가 7% 이상 인상되면 변동폭만큼 납품단가를 올려주기로 계약을 했으나 제너럴모터스의 현지 자동차 판매실적이 급감하면서 납품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원료인 탄소강이 지난해 10월 610원에서 올해 6월엔 126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며 “그러나 소재비 인상분인 15억원 정도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경우 외국 완성차업체 남품비율이 70%로, 국내 완성차업체 납품비율 30%의 두 배에 이른다. 냉랭해지고 있는 미국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로이터·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2007년 7월 90.4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 6월에 56.4까지 추락했다. 이후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54개 중소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경영활동에 끼치는 영향 정도에 대해 “매우 크다”(15.6%), “크다”(66.2%) 등 81.8%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데서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대금 입금 지연에다 주문 물량 감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창원에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업체 ㄴ사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미국 쪽 주문 물량이 20~30% 줄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이 회사 고위 임원은 “올해 5~6월부터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차종 개발을 중단하거나 판매 확대를 주저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일단 신규 채용을 중지하는 등 비용을 줄이고, 물량이 없어진 생산라인을 다른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기능성 화장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ㄷ기업도 최근 올해 수출 목표치를 애초 목표치의 85% 수준으로 내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애초에 목표치를 높게 잡은 탓도 있지만 소모품인 화장품 매출이 경기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역적으로는 미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에서도 이미 소비심리 악화나 투자감소가 나타나 수출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ㄹ사 사장은 “루블화 급등과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현지 수입업자들이 대금 지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7월께부터 입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는 금융시스템이 정비돼 있지 않아 주로 현금거래가 많기 때문에 고스란히 돈을 떼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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