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백악관에 보낼 구제금융법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 뒤로, 왼쪽부터 크리스 밴 홀런, 제임스 클리번, 스테니 호이어, 롬 이매뉴얼 의원이 서 있다. 워싱턴/AP 연합
아직 일정조차 없고 의제 타결도 쉽지 않아
내년5월 목표…합의땐 외환보유고 확대 효과
내년5월 목표…합의땐 외환보유고 확대 효과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를 줄이고, 외환보유고의 감소는 다시 환율을 끌어올린다. 시장은 무언가 확실한 안전판을 기대하지만, 아직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역내 공조체제 강화를 위해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뒤,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세 나라 재무장관 회의는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열린다고 해도 의제가 쉽사리 타결을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정부는 세 나라 재무장관 회의를 열어, 지난 5월 마드리드 ‘아세안+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8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역내 금융안정 기금 조성 방안을 서둘러 타결짓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금이 조성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참가국들은 기금에서 인출 가능한 금액만큼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재무장관 회의가 성사되더라도 기금 조성 방안이 하루 아침에 합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정부 방침도 “내년 5월 아세안+7개국 재무장관 회의 때 마무리를 짓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오히려 시장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이날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것도, 획기적인 조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총외채는 4198억달러 가운데 36%인 1518억달러가 선물환 거래 등에 바탕을 두고 있어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라고 밝혔다. 이 점이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중앙정부와 통화당국의 채무가 631억달러로, 대부분 원화표시 국채 및 통안채라 지급 능력에 문제가 없다. 외국은행 지점이 본점 등에서 빌린 채무는 831억달러이나, 우리가 감당할 몫이 아니다.
국내은행의 채무는 1274억달러로, 외화대출이 487억달러, 수출입신용이 510억달러, 선물환 헤지거래 수요에 따른 채무가 300억~400억달러 가량이다. 선물환 헤지거래 부문은 앞으로 들어올 달러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으나, 외채의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 은행은 수출입 신용을 줄이게 돼 실물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주게 된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최악의 경우 은행들이 차입을 못하게 돼도, 500억달러 정도는 외환보유고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외채는 280억달러이나 대부분(204억달러)이 장기외채여서 큰 문제가 없고, 차입 외화를 원화로 운용하면서 통화 스와프 거래를 하고 있어서 만기 때 외화 확보가 가능하다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비금융 기업부문도 1182억달러의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는 118억달러에 불과하고, 상환부담이 없는 선박수출 선수금(509억달러)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정부는 우리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극히 일부를 빼고는 신용등급 AAA급 채권에 투자돼 있고, 최근 이런 안전자산 선호도가 더 높아져 거의 전액이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가용외환 보유고라고 강조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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