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열린 6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급등을 비롯한 금융 혼란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되는 동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강만수 장관 “유동성·실물경제 위기 동시에 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1269원 6년5개월만에 최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데 따른 불안감이 퍼지면서 6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나라들의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45.5원 폭등했고, 코스피지수는 60 넘게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인정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말보다 4.5원 오른 1228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1290원까지 치솟으며 한때 1300원을 넘보기도 했다. 환율은 외환당국의 매도 개입으로 급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주말보다 45.5원(3.72%) 오른 126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2년 5월16일 1269.8원 이후 6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주 금요일을 포함해 최근 거래일 이틀 동안 환율 오름폭이 무려 82원에 이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외환당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는 없어야 한다”며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 대기업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에 은행장들이 발벗고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부는 중소기업 수출입금융 지원 용도로 수출입은행에 이날까지 50억달러를 공급했으나,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금리도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변동금리 주택 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이날 0.03%포인트 오른 연 5.91%로 마감하며, 2001년 4월30일(연 5.92%)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 순매도를 계속한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지난주말보다 60.9(4.29%) 폭락해 연중 최저치인 1358.75에 거래를 마쳤다. 2007년 1월10일 1355.7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4.25%, 대만 자취안지수가 4.11%, 홍콩 항셍지수가 4.7%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급락세를 보였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개장과 함께 지수가 3~4% 떨어지는 등 불안감이 이어졌다.
강만수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유가가 오르고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여러 가지가 겹쳐서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동시에 오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또 재정부는 국회에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실물경제로 전파되면서 우리 경제가 애초 예상했던 성장률(연간 4%대 후반)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정남구 김경락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김경락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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