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300억-2400억달러 차이
97년 외환위기와 비교
날마다 큰 폭으로 치솟는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이들에게 암울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이러다 ‘외환위기’를 또 맞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 상황은 그때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
97년 외환위기가 타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시작됐다면, 이번에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97년에는 우리 경제 안에 불이 완전히 옮겨붙었지만, 이번에는 밖에서 부는 태풍이 문짝을 부수고 기둥을 흔들고 있는 꼴이다. 97년엔 우리 대기업과 금융기관 부실이 문제였고 외국인들은 한국경제의 앞날을 믿지 못해 투자금을 챙겨갔다. 지금은 자신들의 발등에 붙은 불을 끄느라 달러를 챙겨가고 있다.
닮은 꼴은 환율 움직임이다. 다른 주요 통화에 견줘 원화가치의 하락폭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가도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는 우리 증시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은 97년 외환위기 때와 큰 차이점이다. 달러는 부족하지만, 우리 금융시장에서 원화 자금 경색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외채의 만기 구조는 그때도 지금도 나쁘다. 외환위기 당시 총외채 중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의 비중은 36.6%였다가 60%까지 올라갔다. 지난 6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중은 41.8%(국내 은행은 51.8%)에 이른다. 지금은 환헤지 거래 차입 등 상환부담이 없는 채무가 많기는 해도 시장심리에는 부정적이다.
외환보유액은 차이가 크다. 96년 경상수지 적자는 230억 달러를 넘었는데, 97년 외환보유액은 300억달러 남짓이었다. 지금은 올해 경상수지가 147억 달러로 당시보다는 적고, 외환보유액도 2400억달러에 이른다. 환율이 치솟고는 있지만, 채무 지급불능(국가부도)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이번에는 매우 낮다.
하지만, 최근 상황에는 아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에서 먼저 현실화된 부동산 가격 거품 붕괴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다면, 밖에서 부는 태풍은 안에 난 불로 바뀔 수도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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