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경색되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자, 은행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이 다시 외환시장 경색을 심화시키면서 달러 품귀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7일 무역업체 및 관련기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은행들은 수출환어음 매입 때 50만~100만달러의 한도를 정해 놓는 등 수출입금융 영업을 축소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환어음을 매입해주면, 수출업체들은 수입상의 송금을 기다리지 않고도 미리 자금을 확보해 원자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한도가 축소되면 원자재 구입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환어음 고시환가료(어음 금액에 대한 이자+환차손)도 최근 4%에서 7.39%까지 2배 가량 올라, 수출업체들의 수수료 부담도 크게 늘었다. 또한 은행들은 유산스(기한부 신용장) 등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만 처리해 주고 있다.
은행들의 달러 고삐 죄기와 원-달러 환율 폭등은 수출업체들의 달러 보유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전자나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업종의 경우 달러 유동성 확보를 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 게다가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환전을 미루는 업체들도 많다. 은행과 기업의 달러 확보 전쟁으로 외환시장의 달러 고갈은 갈수록 심해지고, 이는 다시 경제 주체들의 달러 보유 욕구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아무개 사장은 “은행-기업, 기업-기업, 정부-기업이 서로 신뢰하지 않고 오직 현금만 믿는 시절이 왔다”며 “지금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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