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함께 정책금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오전에 5년만기 국고채가 0.05%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등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금리는 되올랐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가 이뤄지더라도 우리나라는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까닭이다.
경기가 급격히 후퇴하고 자금시장도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맞다. 하지만, 여전히 전년동월 대비 5%가 넘는 물가상승률은 금리 인하를 거론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 7월 이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 이로 말미암은 물가하락 요인을 환율 상승이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떨어져도,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본 핵심물가지수는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막 돌렸다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통화정책 초점을 ‘물가안정’ 쪽에 맞추기 시작한 지 몇달도 되지 않아 다시 바꾸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금가기 마련이다. 키움증권 유재호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는 평균 15개월이 걸렸다”며, “지난 2000년 2월 정보기술(IT) 거품붕괴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로 미국이 대폭 정책금리를 내렸을 때 4개월만에 통화정책을 바꾼 적이 한번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3.8%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은행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되나, 금리 인하는 내년 1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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