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여행객들 부담 ‘아우성’
글로벌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8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엔당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어올라,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부품이나 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나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엔화 수요가 몰리면서 8일 엔-달러 환율은 2.5엔 내린 100.2엔(오후 5시30분 현재)으로 100엔대에 진입했다. 오후 한때는 100엔이 깨지기도 했다. 엔화는 지난 6일 뉴욕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4.2% 올랐으며, 유럽시장에서도 하루 만에 5.7% 급등해 99년 유로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일본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고,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 등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거래) 청산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엔화 매수세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가 치솟는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폭락하면서, 원-엔 환율은 저절로 급등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이날 98원이나 치솟아 100엔당 1392원(오후 5시30분 현재)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12월 이후 10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원-엔 환율은 지난해 7월9일 746원에서 불과 1년3개월 만에 87%나 폭등해, 원-달러 환율보다 오름세가 훨씬 가파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부품 등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수입단가가 올라 아우성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엔 환율 상승으로 수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물가 불안과 수입 업체의 원가 부담 등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 보인다”며 “일본으로 여행하거나 송금하는 사람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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