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취임 초기에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금니가 다 빠졌다. 딱히 끄집어내기 힘든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자다가 깨서 이를 꽉 물었던 것 같다.”
금강산 사태가 발생한 뒤 외부 노출을 꺼리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 5돌(10월21일)에 앞서 사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일상 생활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지난 5년에 대해 “취임 초부터 경영권 위협의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에 마치 전쟁터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특히 북한과의 경협사업과 관련해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겪다 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에 대해선 “사윗감으로 특별히 원하는 조건은 없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본인들이 서로 좋은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심성이 착했으면 좋겠고, 두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비슷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현 회장은 학창 시절 강사를 해보라는 권유도 받았다며 “직업 테스트에서 제일 적성에 맞는 직업이 기자, 안맞는 직업이 비서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성장 환경과 활동적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 이 자리에 있게 한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양식보다는 토속적인 음식이 더 끌린다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나오는 모습처럼 “집에서 나이프를 잡고 스테이크 써는 식사는 안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량은 여전히 와인 1잔이며, 뉴스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챙겨 본다고 덧붙였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불투명해 현 회장은 21일 별도의 기념행사를 치르지는 않는 등 ‘조용한’ 취임 5돌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현대그룹은 현 회장 취임 5돌, 금강산 관광 10돌(11월18일) 등을 기념해 이번달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성대한 행사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