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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금융패닉’ 전문가 진단 “기업·가계,낙관 버리고 빚조정 집중할 때”

등록 2008-10-09 20:17

경제 전문가들의 금융위기 진단과 전망
경제 전문가들의 금융위기 진단과 전망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주식시세판을 보며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천정 뚫린 외환시장도 1997년 외환위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이 불안의 끝은 어디인가, 또 진정되면 금융시장은 다시 빠르게 회복될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학계와 연구소, 금융계의 전문가 4명의 분석을 통해 풀어본다.

■금융시장 왜 패닉에 빠졌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패닉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우리 시장 특유의 심리적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종우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위기가 유럽으로 얼마만큼 전이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국·유럽 정부 당국자들의 위기 수습 능력에 대한 의심 등이 합쳐지면서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에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은 기억 때문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극도의 불신감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외환시장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경상수지 적자 등 기본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투기 심리와 정부의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이 겹쳐 지나치게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불안 심리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 달러가 없어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외국에서 돈이 안 들어오는 것은 분명하고, 해외펀드 환헤지 관련 수요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패닉 언제 진정될까 금융시장 위기 상황이 얼마나 빨리 해결될지 전문가들은 속시원한 전망을 하지 못했다. 다만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설사 극도의 공포감으로 인한 패닉 국면이 해소된다 할지라도 실물 경제 침체 때문에 주식 시장의 급격한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적응해나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을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송태정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수출을 통해 달러 유동성이 공급돼야 하는데, 흑자가 예상되는 10월 무역수지 통계가 발표될 11월께나 환율 안정을 위한 가시적인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안에 클라이맥스가 있을 것”이라며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갈지, 한풀 꺾일지가 이달 안에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적절한 시장 대응이 환율 안정의 관건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하준경 교수는 “환율의 꼭지점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만약 정부가 계속 대응을 잘못해 투기세력의 공격 표적이 될 경우, 단기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물 경제 침체가 더 큰 부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선진국의 소비와 개도국의 투자를 기반으로 유지돼 온 고성장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으로 이어진 위기가 세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엔진인 아시아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의 글로벌화가 전 세계적으로 방어막을 없앤 만큼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굉장히 다양하고 빨라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 침체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주식 시장이 단기적 패닉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오랜 기간 침체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금융위기로만 끝난다고 생각하면 완전 오산”이라며 “실물로 전이된 뒤 경기 둔화가 길어지고 가계와 기업 등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981년에서 2007년까지 27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의 장기 호황 구조가 흔들릴 경우, 주식시장도 추세적 약세로 돌아서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태정 연구위원도 “1997년 외환 위기 때는 미국과 유럽이 건재했고, 전 세계적 시스템의 위기도 아니었다”며 “한국 경제의 부진이 꽤 오래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환율 급등은 물가 불안과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의 침체로 수출 환경도 나빠질 것“이라며 “결국 구조조정의 시기로 들어갈 것 같은데, 대증적 요법을 남발해 구조조정과 내실 다지기에 실패하면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정부와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고, 기업과 정부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준경 교수는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상실, 관치, 무리한 시장 개입 등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받았던 행태들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며 “경제팀 쇄신도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기업과 가계는 그동안의 지나친 낙관적 전망은 이제 버리고, 부채 조정 등 몸집을 가볍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가계 자산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 부동산 의존도가 위기 과정을 겪으면서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다양한 투자처가 부각되고, 특히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수헌 김경락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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