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하락 송금부담 커져
환차익 노린 역송금액 늘기도
환차익 노린 역송금액 늘기도
“얼마 전에 임대료 싼 곳으로 집을 옮겼는데 다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대기업에 다니는 ㅎ 부장은 말레이시아에 부인과 두 자녀를 보낸 ‘기러기 아빠’다. 아는 이가 있고 생활비도 상대적으로 싸다고 1년 전에 보낸 말레이시아였지만, 환율폭등에서 비켜가진 못했다.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뿐 아니라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폭락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링깃에 대해서도 1년 전에 비해 25% 가까이 떨어졌다.
신한은행 방배본동 지점 직원은 9일 “유학을 보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송금 시점을 묻는 전화와 창구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전했다. 하루 환전과 송금액도 출렁거리고 있다. 아침부터 환율이 치솟았던 지난 6일 외환은행에는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액이 그 전주 하루평균의 2배가량인 3200만달러에 이르렀다. 다음날인 7일 환율이 더 뛰자 해외 송금액은 준 대신, 거꾸로 환차익을 노린 역 송금액이 4900만달러까지 뛰었다. 신한은행 방배본동 김홍익 지점장은 “될수록 송금 시점을 늦추고 보내는 금액도 최소화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큰아들을 미국에 유학 보낸 ㅈ아무개씨는 “아이가 오늘 엄마한테 전화해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까 돈은 되도록 천천히 보내라’고 했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빠 따라 미국 가겠다고 하던 둘째 딸아이 이야기가 쑥 들어간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국외 주재원들도 마음이 편치않다. 국외법인이 있는 경우 국외에서 그 나라 화폐로 생활비가 나오긴 하지만, 언제 국내 본사의 ‘쪼임’이 올지 걱정스럽다. 거기다가 한국을 떠나며 묻어뒀던 펀드들이 벌써 수십%씩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어서 애를 태우게 한다.
대부분 유학생의 경우 아직 목돈인 학비를 낼 시기가 아닌데다 환율급등이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유학생을 둔 ㅅ아무개씨는 “학비가 목돈으로 들어가는 시기까지 환율이 이러면 들어오게 하는 것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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