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배경 놓고 다양한 해석
삼성전자가 9일 제품 수출 대금으로 받은 외화 중 일부를 외환시장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날 외환시장에 달러를 매각한 것은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과 함께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 쪽은 이날 달러 매각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수입물품 결제 등 외화결제 수요를 제외하고는 잉여 외화는 그때그때 매각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일상적인 조처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정부가 수출기업들에 대해 보유 외환을 내놓을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연일 환율 급상승으로 달러를 갖고 있기만 해도 돈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이날 대규모 달러 매각에 나선 것은 정부의 요청에 부응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 차익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최근 외환시장 불안으로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외환시장 안정이 삼성전자 경영에도 도움이 되므로 삼성전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향후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로선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고정적으로 들여야 하는 비용을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보유 달러를 매각함으로써 차익을 얻었고, 또 한편으로는 정부의 ‘구조 신호’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것이다.
매각한 달러의 규모에 대해 삼성전자는“민감한 사안”이라며 입을 닫았다. 이날 외환시장 주변에서는 삼성전자가 10억달러를 매각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삼성전자 관계자는“하루에 10억달러를 매각한다는 것은 너무 규모가 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삼성전자가 달러를 매각한 것은 다른 수출 기업들이 달러 매각에 같이 나서게 하는 촉발제가 될 수도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로 전력설비 정비업체인 한전케이피에스(KPS)는 이날 “공기업으로서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며 환율 안정을 위해 국외 사업 수익금 가운데 500만달러를 외환시장에 매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희 기자, 연합뉴스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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