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의 견고성 보여줘”…삼성쪽은 ‘표정관리’
10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 판결을 보면 주주배정과 3자배정을 구분할 필요도 없이 모두 주주간 문제라고 본 건데, 이렇게 되면 자본거래에 대해선 형사적으로 다룰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이럴 경우 다른 그룹들도 법률적 위험없이 승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중대표소송 등 우리나라 민사소송제도가 합리적으로 구축돼 있다면 이 문제는 형사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며 “이런 장치가 전혀 안되어 있는 상태를 법원이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1심 재판부가 회사법을 죽였다면, 2심 재판부는 회사법을 부관참시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에버랜드와 에스디에스는 소송을 낼 수 있는 독립 주주들이 없는 상황에서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에선 통할 수가 없다”며 “자본조달도 아닌 조세회피, 지배권 이전을 인정하고 나서도 형사처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정말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우리 주류사회의 안전성과 견고성을 보여주는 명판결이라고 본다”고 비꼬았다.
반면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말을 아꼈다’라고만 해달라”고 손사래를 쳤다. 한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 않느냐”며 “우리로선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 각각 1심에서 선고됐던 벌금 740억원이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된 데 대해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영희 김남일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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