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난 해소 도움…“미 연준, 다른 신흥국들과도 계약 논의”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원화와 달러를 일정한 한도 안에서 맞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9일 “그동안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통화스와프를 협의한 끝에 최종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며 “계약은 한은과 미 연준이 맺게 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세부적인 계약조건과 금액은 우리 시간으로 30일 새벽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양쪽에서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부와 통화당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9월 중순부터 통화스와프 문제를 협의해 왔으며, 최종 합의를 위해 미국 재무부와 연준 대표단이 직접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끼리 일정 기간 동안 서로 통화를 맞바꾸는 거래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사이에 통화스와프 거래가 시작되면,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할 경우 한은이 연준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 외화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고 환율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단기외채의 만기 상환 압박 등으로 달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은행권의 자금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연준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여러 신흥국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신용경색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대표들은 통화스와프 거래를 주요 7개국에서 20개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이 가동되면, 그동안 대외신용도 하락을 부른 외화 유동성 문제나 외화 채무에 대한 불안심리가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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