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김종갑 “연구·개발 투자 안줄일것…내년 하반기 수익 기대”

등록 2008-11-02 18:36수정 2008-11-02 21:29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한겨레가 만난 CEO]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얼마 전 하이닉스반도체는 ‘지옥’과 같은 며칠을 보냈다. 유동성 불안 소문이 퍼져 주가가 사흘 연속 하한가를 친 것이다.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 때 예정에 없이 김종갑 사장이 직접 설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7개월째 불황이다. ‘2년 불황 뒤 호황’이라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기존 패턴은 깨졌다. 삼성전자 말고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3분기에 수십%대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한 가운데 하이닉스도 4650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냈다. ‘긴 겨울’은 언제 끝날 것인가.

“현금 바닥났다니요…보유액만 1조원 넘는데”

-유동성엔 정말 문제없나.


“현금이 바닥났다는 소문이 돈다고 브라질 출장 중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30일 발표대로 현금보유액만 1조2천억원이 넘는다. 매출 90% 이상을 달러와 엔화로 결제해 외화부채에 대한 헤징도 쉽게 할 수 있다. 내년도 투자 등 사업계획에서도 수익성과 함께 재무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차입금이 많아 부담이 커보인다.

“대부분이 장기차입금인데 현재 환율 때문에 7조원이 조금 넘어간 정도다. 하지만 만기일이 고루 분산돼 있어 문제없다. 단기차입금은 9월 말 현재 1조원이 좀 넘는데 97%가 원부자재 결제를 위한 차입으로, 수출입 과정에서 해결된다. 회사채 시장이 어렵지만 우리는 9월 초에도 무담보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반도체 불황이 너무 길다.

“회복이 언제일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바닥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일부 외국업체들은 판매가격이 변동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떨어져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다만 고객이 있어 한꺼번에 생산 중단을 못 할 뿐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굉장한 감산이 곧 이뤄질 것이다. 미국발 경기침체로 수요 전망은 여전히 어둡지만 이런 공급 쪽의 요인 때문에 곧 수급균형을 맞출 것이다.”

-이 불황 끝에 승패가 갈릴 텐데.

“불황일수록 누가 기술경쟁력, 원가경쟁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2006년 호황 땐 대만 파워칩이나 프로모스가 우리나 삼성전자보다도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범용 제품으로도 충분히 수익성을 확보했다. 워렌 버핏이 ‘물이 꽉 차 목만 내밀었을 땐 발가벗었는지 수영복을 입었는지 모르지만 물이 빠지면 다 드러난다’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이 그렇다. 우리의 원가경쟁력은 대만 등의 경쟁업체보다 훨씬 위다. 내년 하반기에는 수익을 낼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한다.”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초 하이닉스로 온 김 사장은 “취임 뒤 스티브 잡스 등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 있는 시이오(CEOㆍ최고경영자)들을 만나면서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능력이 나나 우리나라가 부족한 점을 너무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때문인지 그는 ‘장기전략 전도사’임을 자처하려는 듯 했다. 재무안정성은 기하되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 확보 문제는 손대지 않겠다고 했다.

-내년 계획은.

“1주일에도 상황이 몇 번씩 바뀐 탓에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 못 했다. 공장 신설은 보류하지만,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계속 유지한다. 지난해 6%였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현재 11%로 메모리업계 최고 수준이다. 내년에도 매출액과 관계없이 이 비중은 유지한다. 2012년까지 전체 인력의 20%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울 목표를 갖고 있다. 또 하나 미세공정이다. 내년 1분기 낸드플래시 41나노 양산을 시작해 내년 말까진 선두주자와 격차를 완전히 좁히겠다. 디램의 50나노 비중도 연말에 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얼마 전 브라질 장관을 만나 우리 제품의 관세 혜택을 합의했다. 지금까진 미국을 통해서 나갔는데 직접 수출 길이 열리는 거다.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우리로선 처음 착수했던 시모스 이미지센서는 샘플칩이 나와 올해 안에 첫 수출이 이뤄진다.”

-제조업보다 서비스나 금융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정부 일각의 시각도 있다.

“제조 역량을 이만큼 갖춘 나라가 흔하지 않다. 물론 단순조립만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의 핵심역량은 제조기술인데, 그게 쉽게 베낄 수 없는 거다. 제조업 기반 위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하고, 금융도 이뤄지는 거다. 전체 부가가치 창출 측면을 보면 제조업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

-그럴수록 제조업 대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단지 부품 공급업자가 아닌 장기적 협력·파트너업체로 인식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협력업체들의 장비를 공장에서 테스트하고 인증해주는 테스트 팹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금은 귀찮아도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이다. 국내 업체들이 잘하면 국외서 들여올 물량 30%가 확 준다. 환경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과 계약을 맺어 1년 반 동안 우리 공장 감시기능을 줬다. 하이닉스가 우리 대기업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윤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모습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작은 기여를 했으면 한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