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열티 퍼주는 ‘속빈 IT코리아’…알맹이 우리가 채우렵니다!
집집마다 초고속인터넷이 들어오고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손에는 이동전화가 들려있지만, 컴퓨터와 이동전화 기기를 뜯어보면 핵심 부품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기업의 몫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통계를 보면, 2003년 한해 동안 국내 업체가 원천기술 사용대가로 국외에 지급한 로열티는 32억달러(약 3조2천억)에 이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정보기술(IT) 강국의 자존심을 세우며 아이티 부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꿈꾸는 벤처기업들이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에스엔유프리시젼
엘시디·반도체 불량품 잡는
나노측정장비로
세계 점유율 75% 우뚝 ■ ‘점유율 100%’에 도전한다=세계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는 우리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점유율을 놓고 따지면 얘깃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창업 7년차의 에스엔유프리시젼은 3차원 나노측정장비 하나로 세계시장의 75%를 차지한 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머리카락 굵기인 나노(1/10억m)급의 초정밀 기술로 엘시디와 반도체의 미세한 형상을 검사해 불량품을 잡아낸다.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의 엔이시(NEC), 히타치, 중국과 대만의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03년 처음 진출한 뒤 1년 만에 점유율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반도체와 엘시디의 정밀도를 제대로 측정해내는 기술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제품의 불량률도 높고 그만큼 기업의 손실도 컸죠.” 이 회사의 박희재(44) 사장은 “우리 검사장비 덕에 반도체, 엘시디의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자랑했다. 박 사장은 “실험실에서 개발할 때부터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국내보다는 세계시장, 특히 일본시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첨단기술의 ‘본산’인 일본을 장악해야 기술의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박 사장은 “일본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수십번도 넘게 일본을 찾았다”며 “첫번째 고객이 ‘석세스스토리데쓰네(성공스토리군요)’라며 짧게 말했을때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큰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질주하고 있다. ·해빛정보
카메라폰 광학팔터 개발
영상왜곡 최소화
“일본 따라잡아 뿌듯” ■ 카메라폰에 ‘해빛’ 비친다=카메라폰의 광학필터를 생산하는 해빛정보는 카메라폰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이 고객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88%에 이른다. 이 업체가 처음으로 개발한 일체형 광학필터인 ‘홀프’는 두께가 얇으면서도 영상왜곡 현상을 최소화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또 일부 공정에서 수작업을 해야 했던 기존 필터와는 달리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생산성도 크게 향상시켰다. “이동전화를 뜯어보세요. 거의 모든 부품이 일본산입니다. 하지만 카메라폰의 필터만큼은 우리 기업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박병선 사장은 “지금까지는 일본 부품이 우선 수입되면 국내 기업은 그 기술을 따라가는 처지였는데, 적어도 광학 부품에서만은 독립을 하고 싶었다”며 “100년 이상 부품 기술이 앞선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보통신기기의 눈’인 광학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박 사장은 “인간의 눈과 같은 부품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파이오링크
다국적 기업 놀이터
서버연결 장비 시장 진출
“국산 편견 극복 애먹어 ■ 네트워크 장비의 ‘다윗’=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파이오링크가 세워지기 전까지, 네트워크 장비인 ‘다계층 스위치’ 시장은 다국적 기업의 놀이터였다. 다계층 스위치는 같은 기종의 서버를 연결해 하나의 서버 역할을 하도록 연결해주는 장비다. 인터넷 접속자가 많아지면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많아지는데, 용량이 두배 높은 서버를 사려면 비용은 서너배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계층 스위치’는 비용절감에 필수적인 장비다. 하지만 기술의 장벽이 높은 탓에 국내 생산 기업이 없어 한국에서 다계층 스위치는 외국 업체들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 파이오링크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연구실의 7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노텔 등 다국적 기업이 주름잡던 2001년 첫 제품을 내놓았고, 3년 만에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조용철 연구개발실장은 “아이티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장비에 대해서는 수입국으로 자리잡은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며 “기반 기술을 제대로 갖춘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처음에 제품을 들고 시장에 나섰을 때 고객들은 대부분 “국산은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애프터서비스와 기술 개발로 이제는 주요 은행권과 인터넷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했어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면서 가장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엘시디·반도체 불량품 잡는
나노측정장비로
세계 점유율 75% 우뚝 ■ ‘점유율 100%’에 도전한다=세계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는 우리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점유율을 놓고 따지면 얘깃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창업 7년차의 에스엔유프리시젼은 3차원 나노측정장비 하나로 세계시장의 75%를 차지한 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머리카락 굵기인 나노(1/10억m)급의 초정밀 기술로 엘시디와 반도체의 미세한 형상을 검사해 불량품을 잡아낸다.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의 엔이시(NEC), 히타치, 중국과 대만의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03년 처음 진출한 뒤 1년 만에 점유율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반도체와 엘시디의 정밀도를 제대로 측정해내는 기술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제품의 불량률도 높고 그만큼 기업의 손실도 컸죠.” 이 회사의 박희재(44) 사장은 “우리 검사장비 덕에 반도체, 엘시디의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고 자랑했다. 박 사장은 “실험실에서 개발할 때부터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국내보다는 세계시장, 특히 일본시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첨단기술의 ‘본산’인 일본을 장악해야 기술의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박 사장은 “일본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수십번도 넘게 일본을 찾았다”며 “첫번째 고객이 ‘석세스스토리데쓰네(성공스토리군요)’라며 짧게 말했을때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큰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질주하고 있다. ·해빛정보
카메라폰 광학팔터 개발
영상왜곡 최소화
“일본 따라잡아 뿌듯” ■ 카메라폰에 ‘해빛’ 비친다=카메라폰의 광학필터를 생산하는 해빛정보는 카메라폰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이 고객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88%에 이른다. 이 업체가 처음으로 개발한 일체형 광학필터인 ‘홀프’는 두께가 얇으면서도 영상왜곡 현상을 최소화한 획기적인 제품이다. 또 일부 공정에서 수작업을 해야 했던 기존 필터와는 달리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생산성도 크게 향상시켰다. “이동전화를 뜯어보세요. 거의 모든 부품이 일본산입니다. 하지만 카메라폰의 필터만큼은 우리 기업의 제품입니다.” 이 회사의 박병선 사장은 “지금까지는 일본 부품이 우선 수입되면 국내 기업은 그 기술을 따라가는 처지였는데, 적어도 광학 부품에서만은 독립을 하고 싶었다”며 “100년 이상 부품 기술이 앞선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보통신기기의 눈’인 광학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박 사장은 “인간의 눈과 같은 부품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 파이오링크
다국적 기업 놀이터
서버연결 장비 시장 진출
“국산 편견 극복 애먹어 ■ 네트워크 장비의 ‘다윗’=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파이오링크가 세워지기 전까지, 네트워크 장비인 ‘다계층 스위치’ 시장은 다국적 기업의 놀이터였다. 다계층 스위치는 같은 기종의 서버를 연결해 하나의 서버 역할을 하도록 연결해주는 장비다. 인터넷 접속자가 많아지면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많아지는데, 용량이 두배 높은 서버를 사려면 비용은 서너배가 들어가기 때문에 ‘다계층 스위치’는 비용절감에 필수적인 장비다. 하지만 기술의 장벽이 높은 탓에 국내 생산 기업이 없어 한국에서 다계층 스위치는 외국 업체들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 파이오링크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연구실의 7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노텔 등 다국적 기업이 주름잡던 2001년 첫 제품을 내놓았고, 3년 만에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조용철 연구개발실장은 “아이티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장비에 대해서는 수입국으로 자리잡은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며 “기반 기술을 제대로 갖춘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처음에 제품을 들고 시장에 나섰을 때 고객들은 대부분 “국산은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애프터서비스와 기술 개발로 이제는 주요 은행권과 인터넷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했어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면서 가장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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