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안내 기능만 살린 내비게이션…
고장적고 기본에 충실한 모델 인기
고장적고 기본에 충실한 모델 인기
“길안내만 하면 되니까 디엠비 없어도 돼. 팩스 없어도 복사·프린터로 충분해. 엘시디 창 대신 버튼이면 오케이.”
다기능 복합화로 치닫던 디지털기기 소비 트렌드가 컨버전스 대신 핵심 기능 위주의 제품으로 돌아서고 있다. 쇼핑몰에는 저가형 제품 기획전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도 핵심 기능에 충실한 제품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를 컨버전스의 대립어인 ‘디버전스(divergence)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양면 점퍼에 끌려 샀지만 결국 한 색만 입게 되더라’는 유형의 소비 경험 탓이 크다. 다기능 제품에 들어 있는 많은 기능이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다는 점과, 주요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고장이 적고 성능도 뛰어나다는 품질 위주의 판단 때문이다. 또 다른 핵심적 이유는 싼 가격이다.
디엠비, 실시간 교통정보(티펙), 엠피3플레이어, 동영상, 전자사전 등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다기능화를 선도하고 있는 내비게이션도 길안내 기능에만 충실한 저가형 제품이 인기다. 최근 레인콤과 미오코리아는 디엠비와 티펙 기능 등을 탑재하지 않은 내비게이션을 각각 18만원, 15만원대에 출시했다. 지마켓 쪽은 “최근 두 회사의 저가형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 주간 평균 100여개씩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기덕 피엠피인사이드(pmpinside.com) 팀장은 “최근 휴대용 멀티미디어 단말기(피엠피)는 거품이 빠져 20만원대 중반 이하의 제품이 주로 팔리고 있으며 컨버전스 제품은 얼리어답터 위주로 소량 소비되고 있다”며 “와이파이 통신과 하드디스크 기능을 빼고 메인칩도 저가형으로 바꾼 제품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호황기에는 컨버전스를 내세운 다기능 제품들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로 인기를 끌지만, 불황기에는 단순 기능 제품이 잘 팔린다”며 “전통적인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수혜를 본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이자 내비게이션 전문업체인 팅크웨어는 이런 흐름에 힘입어 올해 들어 제품 판매와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팅크웨어 박상덕 팀장은 “올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전년도보다 10%가량 증가한 150만~160만대 규모이지만, 팅크웨어는 지난해 월 4만대 판매에서 올해 월 6만대 수준으로 50% 늘어났다”며 “시장 점유율이 40~5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팩스·프린터·복사기·스캐너 기능을 갖춰, 컨버전스의 대표격인 복합기에서도 일부 기능이 빠진 제품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최근 출시한 컬러레이저 복합기 ‘CLX-3175K’에서 사용빈도가 낮은 팩스 기능을 없애고, 24만원 안팎에 팔고 있다. 4만2000원짜리 캐논의 잉크젯 컬러프린터도 반응이 좋은 상품이다.
최근의 저가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던 대표업체들도 눈치 끝에 뛰어들 만큼,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미니노트북(넷북) 시장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뒤늦게 참여한 것이 그 사례다. 올해 초만 해도 대기업 피시 제조업체들은 저가형 노트북시장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만 제품들이 크게 인기를 끌자 삼성과 엘지는 9월 이후 넷북을 내놓았다. 삼성과 애플은 저가형 엠피3플레이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과 애플의 저가형 엠피3플레이어는 각각 3만원, 5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들 제품은 엘시디 창이 없어 불편하지만, 음악 재생 기능과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음질과 화질에서 고급제품을 지향하는 소니코리아도 최근 6만원대 보급형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엘지전자가 카메라, 영상통화, 게임 기능을 빼고 전화기능만을 위주로 내놓은 와인폰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00만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디버전스의 대표적 상품이다. 디버전스 제품이라고 한가지 기능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인폰은 엘시디 창이 크고 숫자 버튼이 큼지막해, ‘효도폰’으로 인기를 끌었다. 와인폰 처음 모델에는 카메라 기능이 없었지만, 자녀와 손자들의 사진을 찍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것을 보고 와인폰2 모델은 카메라 폰을 장착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테크노마트 박상후 홍보팀장은 “음악 재생 기능에 충실한 아이리버의 5만원대 엠피3플레이어 ‘엠플레이어 아이즈’는 엘시디 창이나 조작 다이얼도 달려 있지 않지만 엠피3플레이어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며 “강변 테크노마트에서는 매장당 일주일에 평균 30대가량이 팔린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2기가바이트(GB) 기준으로 경쟁사보다 30% 이상 저렴한 5만원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최근의 저가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던 대표업체들도 눈치 끝에 뛰어들 만큼,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미니노트북(넷북) 시장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뒤늦게 참여한 것이 그 사례다. 올해 초만 해도 대기업 피시 제조업체들은 저가형 노트북시장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만 제품들이 크게 인기를 끌자 삼성과 엘지는 9월 이후 넷북을 내놓았다. 삼성과 애플은 저가형 엠피3플레이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과 애플의 저가형 엠피3플레이어는 각각 3만원, 5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이들 제품은 엘시디 창이 없어 불편하지만, 음악 재생 기능과 작은 크기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음질과 화질에서 고급제품을 지향하는 소니코리아도 최근 6만원대 보급형 디브이디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엘지전자가 카메라, 영상통화, 게임 기능을 빼고 전화기능만을 위주로 내놓은 와인폰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100만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디버전스의 대표적 상품이다. 디버전스 제품이라고 한가지 기능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인폰은 엘시디 창이 크고 숫자 버튼이 큼지막해, ‘효도폰’으로 인기를 끌었다. 와인폰 처음 모델에는 카메라 기능이 없었지만, 자녀와 손자들의 사진을 찍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것을 보고 와인폰2 모델은 카메라 폰을 장착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테크노마트 박상후 홍보팀장은 “음악 재생 기능에 충실한 아이리버의 5만원대 엠피3플레이어 ‘엠플레이어 아이즈’는 엘시디 창이나 조작 다이얼도 달려 있지 않지만 엠피3플레이어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라며 “강변 테크노마트에서는 매장당 일주일에 평균 30대가량이 팔린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2기가바이트(GB) 기준으로 경쟁사보다 30% 이상 저렴한 5만원대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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