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일자리 주는데 실업률은 왜 그대로?
10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달과 견주어 9만7천명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폭이 3년8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고용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업률 지표를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공식 실업률은 3.0%로 지난해와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한 수치입니다.
물론 고용 사정은 취업자 수만으로도 어림할 수 있습니다. 올해 15살 이상 인구가 지난해보다 43만7천명 늘었고, 이 가운데 62%(최근 경제활동 참가율)가 경제활동에 참가한다면 27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가운데 3%는 실업자가 되더라도, 26만2천명의 취업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취업자가 9만7천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은, 16만5천명이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은 것은, 15살 이상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됐기 때문입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로도, 실업자로도 잡히지 않습니다.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표적인데, 10월에는 지난해보다 12만4천명이 늘었습니다. 학교나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에 다니는 ‘통학자’도 13만1천명 늘었습니다. 취업이 안 되니 학교 졸업을 늦추거나 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어차피 취업이 안 될 것 같아 구직을 단념한 사람도 3만명이 늘어, 12만4천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5만5천명,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3만3천명 늘어나는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무려 33만7천명이나 늘어났습니다.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입니다.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실업자’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놀고 있더라도, 실업자로 분류되고 싶지 않은 응답자들의 심리도 실제보다 실업률을 낮게 만듭니다.
15살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한 사람의 비율이 고용률입니다. 실업률 대신 고용률로 고용사정을 판단하기도 합니다. 10월 고용률은 49.4%로, 2007년 10월의 49.7%보다 조금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15살 이상 인구가 2033만명이니까 취업자가 10만명 변해도 고용률 변화는 0.5%에 불과합니다. 고용률로는 흐름을 포착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실업률, 고용률뿐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 같은 수치들까지 두루 살펴야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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