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무더기 하향조정…5곳은 ‘등급전망’ 내려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압박도…구조조정 예고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 압박도…구조조정 예고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 건설업 부진과 금융시장 자금 경색 탓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기평은 5일 평가대상 47개 건설사 중 대림산업과 지에스(GS)건설 등 20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두산건설 등 5개사의 등급 전망을‘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한기평이 건설사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배영찬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증가 등 건설 산업 전반에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건설사 신용등급을 일괄 조정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한기평이 평가대상 건설사 중 절반 이상의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서 보듯, 다음주 발표할 예정인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 등 나머지 신용평가사들도 무더기로 건설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황 호황으로 지난 2005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대거 상향 조정된 이후, 3년여 만이다. 특히 부동산 기획대출(PF)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린 중소형 건설사들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신용평가가 31개 건설사를 신용도에 따라 3개그룹(회사채 A- 이상, 회사채 BBB+~BBB, 회사채 BBB- 또는 기업어음A3-)으로 나눠 각 그룹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계그룹의 경우엔 분양률 70% 미만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채무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신용평가사들은 그간 분양률 70% 미만은 보증채무가 부실해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한편, 신용등급 조정의 중요한 잣대로 삼아 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미분양 물량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는데다, 심지어는 악성 미분양이라고 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9월 현재 4만436호로, 올 초에 견줘 두 배가량 늘어났다.
또 내년에 최근 2~3년간 동안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것도 건설사의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대신증권 자료를 보면, 32개 상장 건설사가 내년 3분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8조8천억원에 이른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35조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피에프 대출 우발채무까지 고려하면, 내년 3분기까지 미분양 주택이 4만3천호(한 호당 3억원 가정) 이상 매각돼야 상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송홍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건설부문에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면서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퇴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건설업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신용보강을 통해 건설사 회사채의 유동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건설회사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유동화전문회사에 은행이 신용공여를 할 경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편, 정부는 건설업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신용보강을 통해 건설사 회사채의 유동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건설회사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유동화전문회사에 은행이 신용공여를 할 경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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