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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인터넷 창에 사람향기 심어요”

등록 2005-05-09 19:09수정 2005-05-09 19:09

‘구글’ 로고디자인 한국계 데니스 황

지난 4월15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일날, 검색엔진 구글(google.com)의 첫 화면에서 모나리자가 웃고 있었다. 4월22일 지구의 날에는 ‘구글’의 각 글자 사이로 다람쥐가 뛰어놀고 새가 날아다녔다.

미국과 유럽의 검색엔진 1위인 구글의 이용자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그때그때 다른’ 구글의 로고다.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나 각 나라의 국경일과 주요 명절, 화가, 음악가의 생일에도 어김없이 구글의 첫 화면에는 ‘구글(google)’ 글자를 응용한 재치있는 화면이 걸린다. 한국의 광복절과 삼일절, 추석, 설날도 구글이 축하하는 날이다.

구글 마니아 사이에서 ‘구글 두들(google doodle·구글의 낙서)’로 불리는 구글의 로고는 각 해마다 나온 로고를 모아놓은 홈페이지(logoogle.com)로 이어졌고, 각종 패러디와 아류작들도 생겨나는 중이다.

이 로고의 뒤에는 한국계 디자이너인 데니스 황(27·한국이름 황정목)이 있다. 전세계에 ‘구글 두들’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그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구글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구글의 로고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그의 정식 직함은 ‘인터내셔널 웹마스터’다.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 서비스되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점검하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하지만 “하는 일의 20%에 불과하다”는 그의 로고 디자인은 구글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글자응용 첫화면서 특정일 기념

8월 15일엔 무궁화 · 태극기 파격

일본선 “한국이 해킹” 호들갑도

▲ 데니스황이 만든 구글 로고들, 한국의 광복절과 월드컵개최, 금성 통과, 지구의 날, 몬드리안 생일, 히치코크 생일, 아인슈타인 생일, 줄리아 생일, 로버트형제 비행 100주년, DNA 이중나선 발견 50주년, 뱀띠해 설날, 중국 용선축제 로고다.
“2000년 인턴사원으로 입사했을때 미술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처음 디자인을 하게 됐어요. 프랑스혁명 기념일에 맞춰 구글(google)의 엘(ㅣ)자에 프랑스 국기를 달아놓는 수준이었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하지만 ‘브랜드는 고정되어 있다’는 마케팅 공식에 익숙해있던 이용자들에게 구글의 변화는 신선했고, 그의 디자인도 날개를 달았다. 달력을 수시로 보면서 기념해야 할 날을 챙기고, 그와 관련된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는 “그 나라의 이용자에게서 ‘고맙다’는 전자우편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열리면, 데니스 황도 덩달아 바빠진다. 올림픽 기간에는 그날의 주요 종목에 따라 구글의 얼굴도 매일 바뀐다. 특히 2001년 8월15일 광복절, 구글 첫 화면에 무궁화가 피고 태극기가 휘날렸던 ‘파격’도 그의 작품이었다. 지금은 국경일의 경우, 해당 나라의 구글 웹페이지에서만 ‘축하 로고’가 서비스되지만 당시에는 전세계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하던 시기였다. 구글 웹페이지를 방문했던 전세계 2억명의 이용자들은 그날 하루 한국의 광복절을 축하했다. 그는 “그 화면이 나왔을때 일본 이용자들이 ‘구글이 한국 유저들한테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며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 광복절, 삼일절 등은 꼭꼭 챙긴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으로 2001년 11월14일 화가 모네의 생일을 기념한 로고를 꼽는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그날 일본에서 날아온 전자우편 한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전자우편의 첫 부분부터 인생에 대한 고민과 우울함을 토로했던 그 일본인은 맨 마지막에 “오늘 당신의 로고 때문에 처음으로 웃었습니다”라며 끝을 맺었다고 했다.

구글의 이용자수가 많아질수록 그의 로고를 보고 전자우편을 보내는 이들도 많아진다. 그는 전세계에서 하루 수천통의 전자우편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미술과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보낸 어린 시절이 디자인의 밑천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과천의 콩나무 시루같던 초등학교 교실 뒷자리에서 공책에 빽빽히 만화를 그리는 바람에 어른들한테 걱정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때 그렸던 개구리가 지금 구글 로고에서 뛰어다니고 있답니다. 하하”

그는 “이용자들은 차가운 컴퓨터에서 ‘사람의 향기’가 나는 것에 매력에 느끼는 것 같다”며 “이용자들에게 잔재미와 행복을 주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에 ‘구글 체험 버스’(google.co.kr/bus)를 타고 대학가에서 한국 젊은이들을 만난 뒤 주말께 한국을 떠난다.

<한겨레> 경제부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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