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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산 ‘토종 액세서리’ 패션강국 심장에 걸다

등록 2008-12-17 19:52수정 2008-12-18 16:27

이탈리아서 고유상표로 승부 문광순·김정미 부부
이탈리아서 고유상표로 승부 문광순·김정미 부부
이탈리아서 고유상표로 승부 문광순·김정미 부부
10년전 현지 바닷가 돌며 ‘보따리 장사’
1억원 모아 참가한 박람회서 반응 후끈

고품질·중가형 공략…작년매출 93억원
“바이어 쫓아다지지 않고 오게 만들어”

“2000년 여름, 박람회에 참가하는 데 필요한 1억원을 마련하려고 이탈리아의 휴양지 사르데냐 섬에서 한국산 액세서리를 팔았습니다. 여기서 일어서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석달 동안 날마다 세 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려웠던 시간이었지만, 시장조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죠.”

패션 강국 이탈리아에서 한국산 액세서리에 ‘룻’(RUTH)과 ‘빠루레’(PARURE)라는 고유 브랜드를 입혀 시장 진입에 성공한 ‘비쥬코레아’의 문광순(48)·김정미(45) 부부 사장의 얘기다.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그것도 국외 주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품질 보장은 말할 나위도 없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호와 유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지 업체들의 텃새와 견제까지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장벽을 넘어 자체 브랜드로 현지 시장을 뚫는 데 성공하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1989년 이탈리아에 정착한 문광순·김정미 부부가 처음부터 이탈리아의 액세서리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가구나 그림 등을 한국에 수출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사태로 거래처가 모두 끊어지면서 ‘쫄딱 망한’ 게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다.

어렵게 마련한 종잣돈 2천만원으로 재기를 모색하던 부부는 98년 친구의 권유로 귀고리, 목걸이, 반지 등 한국의 액세서리를 수입해 이탈리아 시장에 팔아보기로 했다. 아르마니 등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고급 브랜드와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주도하던 이탈리아 액세서리 시장에서 중가형 틈새 제품을 내놓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껏해야 10유로를 넘지 않는 중국산 제품과 40~1000유로에 이르는 이탈리아 브랜드의 중간 가격대인 10~150유로에 가격을 매겼다. 내친김에 ‘룻’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액세서리 업체 ‘비쥬코레아’의 보관 및 전시장에 각종 액세서리들이 진열돼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액세서리 업체 ‘비쥬코레아’의 보관 및 전시장에 각종 액세서리들이 진열돼 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중국과 다른 것이 없어 보이는데 값은 왜 그리 비싸냐”는 투였다. 가격을 반으로 깎아 달라는 바이어들도 있었다. 그러나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98년부터 2년 동안 차에 액세서리 가방을 싣고 이탈리아 전역의 벼룩시장과 휴양지를 돌아다니는 ‘보따리 장사’가 시작됐다.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이 예사였다.

휴양지 섬에서 어렵사리 모은 1억원으로 2000년 밀라노 박람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부부는 말했다. 이때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김 사장은 디자인 총괄을 맡아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하고, 생산은 한국의 중소업체들에 맡기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분업화도 시작됐다. 문 사장은 경영 관리를 맡았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최고급 브랜드 ‘빠루레’도 띄웠다. 경기 흐름을 덜 타기 위한 제품 전략이었다.

비쥬코레아는 지난해 500만유로(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이 거의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적지 않은 매출 규모에 속한다. 2007년 1월에는 패션 잡지 <보그>가 주최하는 밀라노 웨딩 패션쇼의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홍익희 코트라 밀라노 센터장은 “최우수 브랜드 한 곳만 선정돼 후원을 하게 된다”며 “그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이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지만 디자인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특정 유명 디자이너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디자인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가장 실력 있는 디자이너는 바이어들과 영업 인력”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동향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것이 디자인의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6명의 직원 가운데 영업인력이 11명이나 되고 기획과 디자이너는 각각 3명과 2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탈리아가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인의 정밀한 손기술과 뛰어난 도금 기술, 납품일 준수도 성공 비결이라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코트라가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음료업체인 오케이에프(OKF)도 자체 개발한 건강음료 ‘알로에 베라킹 주스’로 미국 주스 시장 공략에 성공해 2006년 이후 미국에서만 1억병, 세계적으로 3억병 이상이 팔렸다. 몇 백개의 주스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코트라 쪽은 “그동안 탄산음료를 즐기던 미국인들이 건강음료를 찾기 시작했으며, 알로에의 효능이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어 거부감이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밀라노/글·사진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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