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한국기업들 혹독한 겨울
수출의존 중국, 성장세 꺾이며 내수까지 꽁꽁
문닫는 회사 늘어…“내년 잘해야 5%대 성장”
수출의존 중국, 성장세 꺾이며 내수까지 꽁꽁
문닫는 회사 늘어…“내년 잘해야 5%대 성장”
“멜라민 분유 파문으로 축산농가의 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경기까지 나빠져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톈진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징하이개발구에 자리잡은 씨제이사료유한공사 김규엽 사장은 올겨울이 유난히 춥다. 중국 내수용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05년 5월 가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매출 증가세가 꺾였다. 해마다 50% 가까이 늘어나던 매출이 올해엔 40% 밑으로 떨어졌다.
뭘 그 정도 가지고 죽는 소리냐고 물으니 대뜸 정색을 한다. 사료는 축산농가의 ‘생필품’이어서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품목인데, 그런 상품의 매출이 준다는 것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부터는 사료업계도 경기 침체의 타격을 정통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내수시장을 겨냥해 진출한 톈진의 한국 기업들도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임가공 수출업체들이 몰려 있는 칭다오에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를 때도 중국의 내수는 탄탄하다며 여유만만했던 이들도 요즘엔 표정이 밝지 않다.
경기에 민감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의류업계의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로 떨어졌다. 징하이개발구에선 최근 일본 기업과 합작한 한국 의류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삼성과 엘지 등 한국 가전업체들도 드러내진 않지만 이미 상당한 규모의 감산에 들어갔다. 톈진의 한 전자부품 납품업체 사장은 “내년 3월까지 납품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더는 버티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수시장의 한파는 백화점과 홈쇼핑, 물류업계에서 특히 가혹하다. 지난 8월 베이징 시내 왕푸징에 1호점을 낸 롯데백화점은 목표치를 밑도는 실적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부자들이나 찾는 고급 명품이 그나마 매출을 이끌고 있다. 보통 사람은 지갑을 열 형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탄절과 내년 설을 앞두고 반짝경기를 기대하지만, 그 뒤엔 뾰족한 수가 없다.
중국인들의 소비심리는 최근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맥도널드, 케이에프시(KFC), 피자헛 같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들까지 전례 없는 할인공세에 나섰을 정도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한 번도 가격을 낮춰본 적이 없던 맥도널드는 최근 광저우, 선전, 난징 등에서 ‘10년 전보다 더 싼 가격’으로 포장한 세트메뉴를 내놓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시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내수가 겨울로 접어든 것은 수출에 의존해온 경제가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세가 꺾이고, 이어 내수마저 약해지는 상황이다. 3분기에 중국의 상장회사 1594곳 가운데 253곳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했을 정도로 중국의 대기업들까지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효과를 보기 힘들다. 중국의 의료보험 가입률은 50%를 겨우 넘는다. 그러다 보니 의료비 지출이 전체 가계지출의 7.6%에 이른다.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도시는 6.4%, 농촌은 9.5%에 이르렀다. 게다가 수출 부진 등으로 망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8% 사수 다짐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밝힌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순 있겠지만, 당장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칭다오에서 물류사업을 하는 임아무개 사장은 “최근 물동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물류 현장의 감으로는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5%대”라고 말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인가. 일부 한국 기업들은 그래도 중국의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모두가 움츠러들 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톈진 한국상회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그래도 성장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라며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내년도 판촉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이런 기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엘지전자 중국본부는 최근 베이징에서 ‘주요 대리상 대회’를 열어 내년에 휴대전화 마케팅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리고, 출시제품 수와 유통망도 각각 두배 늘린다는 ‘트리플 더블’ 전략을 발표했다. 조중봉 엘지전자 중국본부 총괄법인장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회사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톈진/유강문 특파원, 이용인 기자 moon@hani.co.kr
중국 정부가 내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효과를 보기 힘들다. 중국의 의료보험 가입률은 50%를 겨우 넘는다. 그러다 보니 의료비 지출이 전체 가계지출의 7.6%에 이른다.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도시는 6.4%, 농촌은 9.5%에 이르렀다. 게다가 수출 부진 등으로 망하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8% 사수 다짐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밝힌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순 있겠지만, 당장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칭다오에서 물류사업을 하는 임아무개 사장은 “최근 물동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물류 현장의 감으로는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5%대”라고 말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인가. 일부 한국 기업들은 그래도 중국의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모두가 움츠러들 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톈진 한국상회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그래도 성장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라며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내년도 판촉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이런 기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엘지전자 중국본부는 최근 베이징에서 ‘주요 대리상 대회’를 열어 내년에 휴대전화 마케팅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리고, 출시제품 수와 유통망도 각각 두배 늘린다는 ‘트리플 더블’ 전략을 발표했다. 조중봉 엘지전자 중국본부 총괄법인장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회사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톈진/유강문 특파원, 이용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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