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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외환위기 없다”…시장선 “글쎄”

등록 2008-12-23 14:04

외화 유동성 위기 정말 끝났나
달러 약세에 환율 1300원대 진정세
경상수지 흑자전환 원유값도 떨어져
은행들 외화차입 여건 어려움은 여전
“외채를 제때 갚지 못할 위험은 사라졌다.”

말을 아끼던 외환 당국자들의 입에 자신감이 붙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수급 사정을 걱정스럽게 주시하던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눈길도 달라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외환수급 및 환율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화 매도세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한때 1500원 넘게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최고치 대비 200원 가량 떨어진 13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데 큰 구실을 한 것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였다. 12월 들어 19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2.1% 떨어졌지만, 원-엔 환율은 2.6%, 원-유로 환율은 0.3%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원화 강세라기보다는 달러 약세라고 볼 만하다. 물론, 신흥국 통화에 견줘보면 원화가 실제로 강세를 보인 건 분명하다. 원화 가치는 말레이시아 링깃에 견줘 9.4%, 타이 밧에 견줘 9.2%, 싱가포르 달러에 견줘 6.4% 올랐다.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 평가를 가늠하게 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이달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지난 10월27일 6.99%포인트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18일에는 3.3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이 외화 유동성 위기는 없다고 자신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을 상승세로 이끌던 요인들의 힘이 뚜렷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138억달러의 누적 적자를 보인 경상수지가 10월 들어 49달러 흑자로 반전했다. 원유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상장 주식을 팔아 달러를 챙겨 가던 외국인들이 더는 주식을 팔아 떠나지 않는다는 점도 외환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2월 들어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37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11월말까지 우리 증시에서 42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 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외환시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기엔 어려워 보인다. 더 큰 변수는 은행들의 ‘외화 차입’ 여건이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10월에만 210억달러에 이르는 대출금을 우리나라에서 회수해 갔다. 은행의 최근 외화차입 여건은 그때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에 그치고 있다. 3개월 정도짜리 기간물 차입이 드문드문 이뤄지고 있을 뿐, 영미계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에서 차입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전한다.

외화자금 시장에서 달러와 원화를 교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원화 금리가 매우 낮은 것은 달러 수급이 여전히 불안정함을 보여준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분석가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통화스와프(CRS) 금리(원화를 맡길 때 받는 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아선 안되는데, 지금은 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며 “이는 달러를 조달하는 쪽의 형편이 다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달러를 차입하는 게 어려워도 전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한-미 통화 맞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300억달러까지 미국 연준에서 달러를 빌려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일본·중국 등과도 통화 맞교환 협약을 맺어, 일본에서만 평시에 2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외환보유고도 2000억달러가 넘어, 외환당국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환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분석가들도 새로운 악재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바탕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 시장 참가자들은 그 가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80억 달러를 웃돌던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액은 12월에도 30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마음 놓고 강을 건너기엔 얼음이 너무 얇은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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