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중인 민주당 의원들이 2일 오전 본회의장 안에 설치괸 텔레비전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주요 예산사업 ‘재탕’…경제위기 극복시기에도 신중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많은 시간을 경제와 관련한 내용에 할애했다. 국민의 새해 최대 관심사가 ‘경제’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올해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홍보하는 데 유달리 많은 시간을 썼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점’을 정부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유보했다. 경제팀 개편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라는 대통령 주재의 새 회의를 만든다는 게 그나마 눈길을 끈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의 시작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도 지금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 각국이 재정지출 확대와 구조조정을 통해 공조하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이런 긍정적인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런 간접화법으로 ‘하반기 회복론’을 편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낙관론’을 계속 폈다가 낭패를 봤던 지난해의 경험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새해 주요 예산사업을 하나하나 언급해 가며 정부의 위기관리 대책이 잘 짜여 있음을 강조했다. 또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하기 위해 총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를 ‘비상경제정부’ 체제라고 표현했다. 비상경제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하고 경제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드는 것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구실을 하게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앞서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가하는 이른바 서별관회의를 ‘경제금융대책회의’란 이름으로 지난해 말 공식화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정부’ 체제에 걸맞은 국정쇄신도 계속 단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발언이 강만수 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을 교체할 뜻을 내비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대통령은 경제위기가 진행 중이고, 특히 외국과의 지속적인 정책 공조가 필요한 부처의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연속성의 중요함에 견줘 국민의 신뢰 부족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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