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산업·수출입은행 1월중 10억달러씩”
정부가 새해 초부터 국책 금융기관을 앞세워 본격적인 중장기 외화 차입에 나설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실패 때와 같은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월 중 10억달러씩 해외차입을 할 것”이라며 “연불(외상) 수출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업체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정부 보증 아래, 수출입은행은 정부 보증 없이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호전되면서 중장기 차입 시장이 조금씩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금리 인하 및 금융회사 구제금융 조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0월 한때 연 4%를 넘던 3개월짜리 달러 리보금리가 지난해 연말 연 1.43%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평채(5년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연말 316bp(1bp=0.01%포인트)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의 최고치 599bp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100bp를 밑돌던 금융위기 전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들이 중장기 외화차입에 성공하더라도 조달금리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국책은행이 차입을 한 뒤, 시장 여건을 봐서 외평채 발행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60억달러어치의 외평채를 신규 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금리 조건이 좋지 않아 발행을 연기했고, 곧 이어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발행 자체를 포기했다. 국책은행들의 외화 자금 조달 길도 사실상 막혀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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