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탓 여전히 ‘고공행진’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물가는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많이 오른 뒤 가격이 내리지 않은 품목들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과 유류 등 비내구재가 많아 서민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기획재정부,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의 지난해 11월 물가 상승률은 2.3%로 고점인 7월의 4.9%와 2.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선진국에선 국제 유가 및 곡물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률 둔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4.6%에서 11월 1.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7월 5.9%에서 11월 4.5%로 1.4%포인트 내려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민들이 애용하는 품목들의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밀가루가격이 폭등하면서 외식물가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4.7%)으로 올라섰고 서민들이 즐겨 찾는 자장면(13.1%), 짬뽕(11.6%), 라면(15.0%), 피자(11.1%), 김밥(17.0%) 가격이 급등했다. 간장(24.6%), 된장(17.1%), 돼지고기(17.1%), 국수(42.6%), 우유(14.0%) 등 필수 식료품의 가격 상승도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휘발유값은 지난 한 해 동안 12.4%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유는 31.8%, 액화석유가스(LPG)는 32.3% 올랐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정부의 유류세 10% 인하 조처가 사라지면서 연초부터 기름값은 다시 뛰고 있다. 원유·휘발유·경유 등 수입 유류에 붙는 관세율이 현행 1%에서 오는 2월 2%, 3월에는 3%로 단계적으로 올라갈 예정이어서 휘발유의 경우 ℓ당 10원의 추가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보다 물가 하락폭이 작은 것은 환율 때문”이라며 “전반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공공요금을 관리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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