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미디어, 외국산 케로로 대만에 판다
수입 콘텐츠로 만든 온라인게임 수출 첫 사례
1970년대 한국은 천연자원이나 반제품 등을 수입해 부가가치를 높인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가공무역’을 통해 산업화의 기틀을 다졌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고도성장기 경제개발의 노하우를 수출에 적용하고 있다.
온미디어가 개발하고 구름인터랙티브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캐주얼 게임 케로로 시리즈가 대만을 뚫었다. 온미디어는 11일 케로로 파이터(사진), 케로로 레이싱, 케로로 팡팡, 케로로 RPG 등 4개 게임을 대만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게임당 70만달러씩 모두 280만달러로,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이고 계약기간은 3년이다.
온미디어의 케로로 게임 시리즈는 일본의 요시자키 미네의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가 원작이다. 일본에서 1999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만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모았다.
온미디어는 케이블 티브이를 통해 이 애니메이션을 방송했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큰 눈의 2등신 캐릭터로, 지구 정복이라는 야욕을 품고 우주에서 왔지만 중학생 남매에게 정체를 들킨 뒤 집안의 식모로 전락해 지구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구름인터랙티브의 이화원 부사장은 “대만 수출에 이어 중국·일본 등과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며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수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진원 온미디어 투니버스 본부장은 “게임적 요소가 풍부한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아시아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일본에서 최고가의 콘텐츠는 아니어서 전세계 게임 수출 판권을 계약할 수 있었다”며 “일본도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술 수준을 잘 알고 신뢰가 있어 판권을 넘겨줬다”고 밝혔다.
온미디어 쪽이 “현재 긍정적인 상태”라고 밝힌 일본 수출이 성사되면, 일본에서 창작된 인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개가’가 된다. 수입한 원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든 온라인 게임을 제3국으로 수출한 사례도 이번 케로로 시리즈의 대만 수출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개발된 콘솔용 게임 등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거나 이를 수출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외국산 콘텐츠와 캐릭터를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우리가 판권을 갖고 외국으로 진출한 적은 없다. 문화산업에서 캐릭터나 스토리 등 원작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인기 콘텐츠를 갖고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 국내만이 아니라 전세계 판매권을 갖고 수출 성과를 올린 것은 국내 게임산업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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