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중공업 퇴출결정에 ‘비상’
협력사 대금미납 등 자금난
협력사 대금미납 등 자금난
금융권이 지난 20일 조선사인 시앤(C&)중공업의 퇴출 결정을 내리면서, 시앤그룹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1990년 임병석 회장이 설립한 칠산해운을 모태로 2002년부터 세양선박(현 시앤상선)과 우방건설(시앤우방), 아남건설(시앤우방이엔시) 등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며 고속 성장해온 그룹의 운명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1일 시앤그룹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앤그룹의 지배구조는 시앤해운을 중심으로 시앤우방-시앤상선-시앤중공업 등 27개 계열사의 지분이 얽혀 있다. 겉으로 보면 시앤중공업이 주요 계열사 간 지배구조의 아랫단에 위치해 있지만, 실제로는 순환출자 형식으로 묶여 있어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시앤중공업은 시앤우방 지분 4.8%, 시앤해운 9.9%, 시앤라인 75.5% 등을 보유한 시앤그룹 내 주요 출자사다. 시앤중공업이 퇴출되면 그룹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 쪽은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돈이 1600억원 가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앤중공업과 시앤우방은 몇달째 직원들 월급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앤중공업의 긴급 운영자금 150억원 지원을 놓고도 채권단 간에 분담 비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에서도 금융권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앤그룹은 “해운업에만 매진하겠다”며 모기업 격인 시앤해운과 시앤상선 등 몇개 기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시장에 내놓는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임갑표 그룹 수석부회장은 “금융위기 이전 가격의 10분의 1로 내놓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시앤중공업 채권단은 워크아웃 중단 결의를 애초 21일에서 30일로 미뤄놓은 상태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화재가 시앤그룹의 자산 매각 방안이나 시앤중공업 인수자를 접촉하면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여의치 않게 되면, 시앤중공업은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이형섭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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