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KDI 하반기 2%P 이상 틀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지난해 경제 전망이 크게 빗나가 이들 기관의 경제 예측 능력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는 바람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실제와 2%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 때문이다.
이런 예측 실패는 국외 경제 상황이 급변한 탓도 있지만, ‘고성장’ 목표를 내세우며 낙관적 전망을 유지한 정부의 눈치를 본 게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국민소득(속보치)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였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해 11월12일 전망했던 3.3%나, 앞서 한국은행이 7월1일 전망한 3.9%와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2.5%로, 4% 후반을 점쳤던 두 기관의 예측과 차이가 컸던 것도 하반기 경제 전망이 어이없이 빗나간 데서 비롯됐다.
이들 두 기관의 전망이 실적치와 이렇게 큰 차이가 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2002년의 경우 두 기관은 4% 안팎의 성장을 점쳤으나 정부가 공격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실제 성장률이 7.0%에 이른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엔 정부가 예상 밖의 정책을 펴지 않았던 만큼, 전망이 크게 빗나간 책임은 두 기관의 몫이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경제 전망을 놓고도 뒷말이 많았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전 경제 전망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미루고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뒤 이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발표했다. 게다가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1% 아래로 내다보고 있던 상황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을 1.9%로 전제하고 전망을 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1월12일 올해 성장률을 3.3%로 예측했다가 두달 만에 0.7%로 2.6%포인트나 낮췄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민간 연구소들도 경제 전망을 내놓을 때 정부 눈치를 보는데, 국책연구소나 한국은행이 정부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때일수록 냉정하게 전망을 해야 정부 정책에도, 나라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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